사람답다는 것

영화 <아워 바디>, 한가람

by 산문꾼


달리기는 삶을 두고 하는 가장 흔한 비유이지 않을까.‘난 쉬지 않고 달려왔다. 인생은 마라톤이다.’라는 표현이 너무 익숙한 것처럼. 영화 아워바디의 달림은 그런 중의적인 장치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청춘의 욕망은 끓어오르지 않는다. 그러기엔 알바닥에서의 관계가 너무 차갑다. 그녀의 무표정엔 한올의 에로스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이 마지막 관계라니, 씁쓸하다. 남친은 장수(고시)생인 자영에게 사람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남겨둔 채 그녀를 떠난다. 사람답게 산다는 건 무엇일까.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건 교환인데, 교환의 전제는 쓸모다. 우리는 누군가 정한 쓸모 위를 뛰고 있다.


대표적으로 직업은 어떤 쓸모를 보여준다. 그래서 청춘은 공무원 공부를 하고, 급수가 내려갈수록 더 유익한 사람이 돼가는 것 같다. 자영은 그런 쓸모 있는 시험을 포기했고, 이 사실을 안 엄마는 그녀의 먹던 밥을 빼앗았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 친구의 도움으로 대기업에 알바일을 하러 간다. 알바에서 인턴으로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갈수록 더 쓸 데 있어지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자영이 발견한 건 달리기다. 달리기를 통해 그녀는 감각하기 시작한다. 터질 것 같은 심박, 건강 그리고 육체미. 그녀는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다. 이것은 일상의 쓸모에서 벗어나는 탈출구이지만, 주변의 쓸모가 그녀를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그녀를 바라보는 한심한 시선(운동 강사라도 하기 위해 뛰느냐는)은 불편하다. 그리고 침대 위에서 잘 조각된 자기 복근을 뽐내기 위해 달리는 사람의 운동관은 그녀의 그것과 맞지 않는다.



감각이 끝에는 어떤 욕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로스 자체도 쓸모는 피해 갈 수 없었다. 자영은 그저 (죽은 친구가 말했던) 어떤 욕망이 궁금했기에 나이 많은 부장님과 관계를 맺은 거지만, 주변인들은 그녀가 인턴 자리를 탐했다고 여긴다. 그녀의 호기심은 쓸모에 의해 왜곡되었고, 오해받았다. 그리고 마녀사냥당한다.



쓸모에 의해 감각은 무뎌지고, 욕망은 바래갈 뿐. 결국 자영은 정규직 전환 면접을 과감히 버린다. 면접 볼 시간에 꿈꿔왔던 초호화 호텔로 향한다. 비싼 음식을 먹은 뒤,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감각을 욕망한다. 저길 왜 굳이 혼자 가서 저럴까.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든 걸 보면, 내 감각은 무뎌진 것이고, 욕망은 바래가고 있다. 욕망과 쓸모, 무엇이 더 인간다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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