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자 밖으로의 행군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주인공이 모든 누명을 뒤집어쓴 채 감옥에 간다. 탈출을 시도하고,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간다. 음모, 절도, 살인, 총격전을 담은 슈퍼파워 잔혹 스릴러를 이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는 건, 지휘관이 진정한 예술가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보랏빛과 핑크 컬러는 사랑스럽고, 미니어처를 활용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전경은 귀엽다. 만화 같은 연출 덕분에 스릴러가 줄법한 심장 떨림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고, 철저한 대칭 구조마저 안정감을 곁들인다. 이 모든 게 한 곳에 모이니, 굉장히 심각한 이야기는 동화가 된다.
로널드. B. 토비아스는 그의 저서『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을 통해 말하길, 동화는 의미와 상징이 풍부하고 분명하며 효과적으로 잘 짜인 이야기라 했다. 특히 동화에는 모험의 플롯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이것은 모험하는 주인공의 내면보다 모험 자체에 방점을 찍는다. 비교하자면 추구의 플롯이 있다. 이것은 같은 모험을 떠날지언정 모험보다는 주인공의 내적 변화에 충실한다. 인물이 성장하고, 지혜로워지는 과정 같은 거 말이다.
모험의 플롯은 깨달음을 주며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험 자체에 집중한다. 중요한 건 기차와 케이블카, 스키를 타고 떠나는 모험이다. 플롯의 법칙대로 모험하는 구스타프는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사랑한 가치들을 마지막까지 간직한다.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부하직원 제로를 지키려는 정의감, 쫓기는 상황에서도 시를 읊는 낭만, 십자 열쇠협회 일원으로서의 연대감. 이 모든 게 바로 구스타프의 정체성, 아니 웨스 앤더슨 그 자체이지 않을까.
구스타브는 훌륭한 품위와 함께 그 환상을 분명히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늙은 제로가 말했듯 구스타브의 세상은 그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사라졌다. 구스타프는 자신의 가치가 받아들여졌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제로는 그런 구스타프를 추억하고, 그들의 모험을 집필한 작가는 이야기를 들었던 시절을 회상하고, 소녀는 그런 이야기를 쓴 작가를 기린다.
그런 액자식 구성이 어려워 이동진 영화평론가에게 배워왔다. 평론가는 ‘낭만적 향수(nostalgia)’의 관점으로 영화의 행간을 말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유럽 사람이 아니다. 현재를 사는 미국 사람이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유럽의 19세기 말 낭만주의를 그리워하는 영화를 만든 것. 그러니까 라떼는 그래서 그때가 그립다는 게 아니라 (잘 만들어진 예술작품이나 역사적으로 일어난 어떤 것을 상상하며)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세계를 동경하고 향수를 느낀다는 것. 예술이 말하는 그리움은 직접 겪지 않아도 가능한 것. 그것이 영화의 핵심, 그리고 예술의 핵심이라는 것.
자 이제 다시 처음부터. 그리움의 연결고리는 구스타프←제로←작가←소녀를 통해 액자를 3번이나 거쳐왔다. 이 글은 한 번 더 액자 밖으로 나와 영화 소개를 하는 평론가의 수다(4번)를 작은 화면으로 보고 있는(5번) 나의 동경을 기록한 습작물이다. 한번 더 액자 밖으로 나갔으면 희망한다. 누군가의 6번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