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밖으로 땡땡이친 美친 샘
눈을 떠보니 아침 8시다. 으악 늦었어. 학교에 도착해 있어야 할 시간인데 왜 늦잠을? 헐레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간다. 거울 속의 나를 보면서 뭐지? 지금 나는 휴직 중인데. 머쓱해져서 피식 한 번 썩소를 날리고는 모닝커피를 한 잔 내려서 느긋하게 한 모금씩 음미해 본다. 창밖으로 봄날의 햇살이 비치는 풍경을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요즘 나는 양손에 두 개의 떡을 쥐고서 매일 들었다 놨다 하는 중이다. 왼손에는 올 1년만 쉬고서 다시 내년에는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는 떡을, 오른손에는 인제 그만 은퇴해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떡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교단에 들어섰으니 거의 30년 가까이 날마다 학교로 등교하는 셈이다. 학생에서 선생으로 위치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미국과 중국으로 유학 휴직과 동반 휴직 갔을 때 빼고는 학교를 떠난 적이 없으니 말이다.
학교 밖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 평소에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을 그렇게나 좋아하면서 아이들을 떠나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내 모습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작년에 서점에서 우연히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를 발견했을 때는 참 신선하고 반가우면서도 그래서 그 이후엔 어떡할 건데? 대책이 있어? 그러더니 올해는 《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장을 보내온 거다. 그럼 된 거지!!
1월엔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해서 블린이가 되었고, 3월엔 브런치 작가 신청한 지 세 번 만에 승인되었다. 5월엔 공덕역 중부 피프티 플러스에서 운영하는 〈너도 유튜버〉를 신청해 두었다. 아직은 유튜버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내가 애정하는 유튜버가 몇 명 생기다 보니 어떻게 동영상을 만들고 유튜브의 생태계는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정도는 알아두면 좋겠다 싶어서 유튜브 만들어 올리는 법을 배우려고 한다.
요사이 오른손에 쥔 떡이 점점 크고 빛나면서 더 맛있어 보인다. 누가 알아? 몇 년 후에는 나도 편성준 선생님이나 윤혜자 님처럼 《학교 밖으로 땡땡이친 美친 샘》 이런 책을 내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