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며

원래 여행 가기 전 준비가 더 신나는 법

by narihwa

설날 시댁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형님과 나 큰 시누이, 작은 시누이 이렇게 넷은 대동단결하였으니 일명 27년 가을에 산티아고로 떠나기로 의기투합했다. 내가 제일 먼저 은퇴하고 큰 시누이는 24년에, 형님은 올해 그리고 작은 시누이는 27년 상반기에 은퇴할 예정이다.

네 사람을 위한 은퇴선물로 뭐가 제일 기억에 남을까 고민하다가 산티아고 길을 걸어보기로 마음을 모았다! 브런치 이웃인 몽키거님은 서른아홉을 기념하고자 31일간 산티아고 순례길을 혼자서 걸었고, 그녀의 브런치 구독자인 나는 31일간의 모든 일정과 숙소를 훤히 꿸 정도로 읽고 또 읽었다.

산티아고만 걷고 오기엔 직항 비행기도 없거니와 항공료도 아까워서 직항기 타고 파리에서 3일 정도 머무르면서 베르사유 궁전,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에펠탑, 몽마르트르 언덕, 개선문, 퐁네프 다리, 샹젤리제 거리 등 파리 곳곳을 샅샅이 훑고 다니기로 했다. 파리에서 생장으로는 기차 타고 이동한다.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3일간의 파리 여정이 매우 짧기는 하지만 아직 파리를 못 가본 우리는 그 정도만 해도 만족할 것 같다. 시간이 되면 몽소 공원이나 뤽상부르 공원도 가고 싶지만 그런 여유가 될지는 모르겠다. 바게트나 파리 크루아상 하나 입에 물고 공원 벤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며 유유자적...

40대에 내가 그린 몽소 공원(파리를 꿈 꾸며)

몽키거님이 추천해 주신 나이키페가수스 트레일러 4를 작년에 주문해서 수시로 걸을 때마다 이 신발을 신고 연습 중이라고 했더니 큰 시누이도 당장 주문해 달라고 성화다. 온라인 해외직구로 주문하니 가격대가 이럴 수가 있나? 난 10% 할인가에 17만 원 정도 주고 구매했는데 설 연휴기간 특별 세일로 6만 5천 원 밖에 안 한다. 큰 시누이가 형님 것까지 두 개를 사겠다고 하는데, 한 개 값도 안 하네... 이 참에 여분으로 내 거 하나 더 살까?


나는 거의 모든 모임에서 총무를 맡고 있어 카뱅 모임통장만 해도 세 개나 된다. 그래서 큰 시누이 보고 개설하라고 부탁하고 넷이서 매달 10만 원씩 모으는 중이다. 30개월이면 1인당 300만 원이고 더 드는 비용은 그때 가서 더 내기로 했다. 넷 모두 은퇴 후에 걷는 길이라서 우리는 돈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배낭의 무게가 10kg이 넘을 테니 모든 일정을 동키서비스로 짐을 보내버리고 우리는 간식과 물이 든 작은 백팩 하나 메고 하루에 20~25km 정도 5~6시간을 걷는 일정으로 생각 중이다. 넷 중 아픈 사람이 생기면 택시 태워서 점프하고 숙소는 공립 알베르게는 가급적 쓰지 않기로 했다. 빈대 일명 bedbug가 넘 많고 여럿이서 자면 수면의 질이 떨어져서 다음 날 걷기에 지장이 있을지도 모르니 2인실 두 개를 예약하거나 4인실을 예약해서 우리 넷만 조용히 자고 화장실도 따로 있어서 씻기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걷는 도중에 외국인 친구들과 언제든 영어로 소통하려고 하며 Bar나 식당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도 신나게 어울릴 계획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에 도착한 후에는 포르투갈로 건너가서 포르투에서 3일, 리스본에서 3일 여정을 마치고 다시 직항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루트이다. 내가 순례길의 기획자이니 넷 모두의 나이와 체력을 생각해서 일정을 짜고 26년에는 항공권을 예약하고 27년에는 이동하는 교통편과 숙소를 모조리 예약하려고 한다. 상당히 준비할 것들이 많긴 하겠지만 앞으로 30개월 이후이니 신나는 마음으로 추진하다 보면 어느새 산티아고를 걷고 있지 않을까?



산티아고! 너를 만나러 내가 간다~

30대에도 40대에도 50대 초반 일하면서 현타가 올 때마다 상상 속에서 너를 만나고 너를 걷는 꿈을 꾸면서 그 힘으로 은퇴할 때까지 에너지를 얻으며 버텨 왔다^^ 비록 걷는 동안 발바닥에 물집이 잡히고(평발이라 오래 걸으면 발이 많이 아픔) 힘들겠지만 그래도 너를 만나고 싶다! 마치 첫사랑을 보는 것처럼, 그렇게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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