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기쁨
목공 아카데미에서 작년 가을 두 달에 걸쳐 세 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나름 만족도가 좋았다. 올해는 열 명이 모여 목공 동아리를 결성하고 3단 서랍장에 도전하기로 했다. 연금 공단에서 지원해 주는 사업이라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4월 초부터 7주간의 일정으로 시작해서 6월이면 완성품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히 작년보다 전기톱소리 나 드릴 소리가 무섭지 않고 공구가 손에 익어 서랍장 프레임 짜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져서 나도 놀랐다. 소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구나!
오리나무를 이용해서 만드는 중인데 나무의 질감이 고급스럽고 결이 멋지다. 손잡이는 어떤 모양을 할지 고르는 재미가 있는데 작년에 만든 2단 협탁과 같은 나무라서 그 협탁 손잡이랑 같은 것으로 할까 고민 중이다.
두 시간 동안 목공 수업이 진행되는데 샘이 그만하라고 하셔서 시계를 보니 12시를 가리키고 있어서 믿기지가 않았다. 잠깐 재단한 나무를 붙이고 나사를 박았을 뿐인데 몰입도가 좋아서인지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등 뒤로 땀이 흥건했지만 기분 좋은 땀이었다. 아무런 잡생각 없이 온전히 만드는 일에 푹 빠져버린 나.
몇 달간 땀을 흘려야 완성된 서랍장을 집으로 가져갈 테지만 벌써 상상 속에서는 다 만들어져서 어느 자리에 둘지 즐거운 고민 중이다~
작년에 가죽공예 수업을 들은 다섯 명은 올봄 [다섯 손가락]이라는 가죽공예 동아리를 결성하였다. 구청에서 동아리 지원금을 받아서 각자 원하는 디자인과 가죽을 골랐다. 요즘 더로우스타일이 이뻐 보여서 심플한 더로우 파크백 디자인에 미디엄 사이즈 그레이 토프 컬러를 선택했다. 5월 중순에 시작해서 1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만들 거라서 6주 정도 계획하고 있으니 6월 말이면 멋진 더로우 토트백이 완성될 듯하다.
매주 화요일이면 맨발 걷기 운동하는 날인데 여전히 우리는 장소를 바꿔가며 걷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3월에는 영암의 왕인박사유적지에서 벚꽃을 보며 가는 봄날을 잠시 붙들어 두었고 4월에는 꽃 축제에 가서 프사에 쓸 사진 한 장 건져보겠다고 열심히 뒷모습 사진을 찍었지만 날로 통통해져 가는 내 뒷모습은 아무리 보정을 해도 날씬해지지가 않는다. 가을부터는 파크골프를 해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나와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중이다.
은퇴하고 느끼는 인생 2막의 즐거움이 생각보다 크고 쏠쏠해서 30대 40대로 돌아가겠냐고 누가 묻는다면 선뜻 돌아가겠다는 답을 못할 것 같다. 지금 누리는 소소한 행복들이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30년 넘게 열심히 일한 나에게 이 정도 즐거움은 누리게 해 주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