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왜 노처녀가 됐을까. 서럽다
그녀는 또 다시 소리를 지르며 응급벨을 눌렀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새벽에 그녀는 창백하고 파르르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간호사를 붙잡는다.
“저, 혹시 교통사고 후유증이 같은 꿈을 꾸거나 그럴 수 있나요?”
차라리 그렇다는 대답을 얼른 내놓기라도 하라는 듯 조금은 다급해보이는 표정으로 간호사를 보며 묻는다.
“어… 네 그렇기도 하기는 하는데… 오전 회진 때 의사 선생님께 자세히 여쭈어 보세요.”
간호사는 선뜻 확신하는 말을 아꼈다.
그녀는 부쩍 자꾸만 과거의 그 꿈을 연달아 꾸었다. 처음 그 꿈을 꾸고 어떨결에 계속 그가 생각이 나서 그런 걸까. 하고 넘겼지만 그 뒤로 벌써 악몽처럼 꿈에서 깨어난지 세 번째다.
이쯤되니 서럽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진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는, 새벽에 잠 못들고 깨어있었다. 병실 침대에서 모두가 잠든 시간, 그녀는 가만히 이불을 당겨 다리와 함께 끌어 안았다.
아직, 교통사고 후유증일까, 왜 그토록 그에 대한 꿈을 반복해서 꾸고, 늘 그녀는 그를 다시 쫒아가고 잡고, 그는 돌아서지 않고 뒷모습만 보여주는지.
왜 같은 꿈만 꾸고 있는건지.
그저 스트레스 탓일까? 라고 생각하기엔 뭔가 찝찝하다.
그녀는 이젠 자는 것도 조금은 겁이난다.
뇌진탕이 조금은 있었지만, 다행히 회복이 빨랐고, 팔이 한 쪽이 부러진 그녀는 깁스를 한 채, 이제는 퇴원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하라는 명을 받고 그렇게 퇴원했다.
몇일만에 집에 돌아온 그녀는, 적적하고 싸늘한 집안의 기운을 느끼며 집에 발을 들였다.
“후우….”
풀썩 침대에 걸터 앉아, 가방을 내려놓은 그녀는 이내 한숨을 내뱉는다.
조금은 편안해진 듯한 그녀의 표정.
그러나 그녀의 표정에는 여전히 뭔지 모를 씁쓸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꿈 때문이었겠지.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내내 시달렸으니 지쳤을 법한 그녀였다.
“뭐, 꿈이야 내가 너무 각인되서 그럴 수 있다고 했으니. 오늘은 편히 잠 좀 자 봤으면 좋겠네.”
라고 내뱉으며 겉옷을 벗지 않은 채로 그대로 뒤로 털썩 등과 머리를 떨군다.
“아으…차가워.”
며칠이나 집을 비운 탓에 싸늘해진 공기와 바닥이라, 슬쩍 보일러를 돌려놓고는 다시 그녀는 따뜻해지길 기다리며 누워버렸다.
“깁스하니 옷 벗기도 일이네. 에라, 나중에 벗자.”
…
……
그녀는 한껏 긴장했던 것이 집에 돌아와 조금은 풀렸는지 순식간에 지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꿈 속]
“왜…! 왜…!!!, 어째서!!!”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부짖는 찢어지는 울음 소리.
한이 서린 듯한 소리.
‘뭐지…누구지…’
…
……
‘?!?!?!!’
‘나 잖아?!’
‘나 여기 있는데 왜 저기에 또 내가 있어?’
그러다 문득, 내 손과 발. 고개를 떨구어 가슴팍쪽을 바라보니 뭔가 희미했다.
‘나 유령이야…?’
뭔가, 데자뷔 같았다.
‘이 느낌…. 어디서 분명 겪었는데…?’
그렇다. 처음 교통사고 당했을 때, 이상한 환한 빛의 아무것도 없던 곳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을 때의 딱 그 느낌이었다.
‘내 과거를 바라보는 건가…’
잠시 어찌 할 바를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저 물끄러미 그 울부짖는 또 다른 나를 멍하니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흑흑…. 흐어어엉…. 내 인생 왜 이래 정말…!!!!”
‘아…저 때… 왠지 알 것 같다… 그를 잃고 절규하며 다시 그를 되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을 때. 나는 그만 살기로 위험한 마음을 먹었을 때네….’
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엄청난 빨대로 누가 훅 하고 빨아들이 듯이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순식간에 내가 다른 공간으로 떨어졌다.
‘어…?’
너무 화들짝 놀라 이게 대체 또 무슨 느낌이며, 상황인지 감도 오지 않아 어리둥절하고 있었는데 이내, 깨달았다.
또 다른 내가 울부짖으며 울고 있는 그 모습.
그 몸으로 내가 들어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
“어…? 아까는 저기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뭔 꿈이 이래…?!”
근데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건 꿈의 느낌하고는 사뭇 다르다.
내 영혼이 분리됐다 다시 빨려들어온 느낌이 이런 걸까?
…
……
더 확실한 느낌은.
<나, 이거 꿈 아닌 거 같애.>
라고 생각하자마자 나는 순식간에 또 다시 어디로 강하게 빨려 들어가 튕겨져 나왔다.
“악!!!!”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눈을 떴는데,
32살의 나였다. 확실히 기억한다.
서울살이의 마지막 머물던 집.
갑자기 나는 엄청난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과 함께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헉…!! 뭐…뭐야….”
갑자기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뛰기 시작하면서 호흡이 가빠져 오기 시작했다.
“헉…헉…. 숨…숨이 안쉬어져…!!”
그랬다. 그 와중에 스치듯 떠오른 기억.
삶의 모든 생을
모조리 포기하려 했던 때였지. 난 이 때 극심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
‘홀로’남겨졌다는 극심한 강박적인 공포증도 가지고 있었을 때였다.
맞아,
나 이랬었지.
“흑…흑흑….”
이내 가슴이 다시 아려오면서 눈물이 저절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우는 게, 우는 게 아닌 느낌이었다.
저절로 나오는 눈물과 함께 저절로 머릿 속을 메우는 감정들과 생각들.
“뭐야… 나 왜 이렇게 불쌍해…내 인생 왜 이렇게 망가졌어…흑흑흑…!!”
“난…. 난 왜…!!! 어째서!!! 남들처럼 평범하게 어린 시절을 보내지도 못하고 그렇게 불행하게 살아왔는데도, 왜 다 늙어가면서도 대체 왜!!!... 왜 아직도 불행한거야…!!!”
“왜 남들처럼 평범한 연애도 안 돼고… 왜 나만… 이렇게 유별나게… 나쁜 놈들만 만나고… 왜 이렇게 불행한거야 왜…. 왜…!!!!!!! 대체 왜…. 흑….”
미치도록 가슴이 답답했다. 가슴이 너무 저리고 아프고 분노가 치솟았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들과 찢어지듯 외쳐지는 말들로 인해 나는 20살때부터의 과거들이 파노라마처럼 쭉.
마치 필름들을 빠르게 돌려보듯, 너무 불행했던, 과거들이 떠올랐다.
다시금 내 인생이 참 못나고 불행해 보인다.
지금의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하다.
난 왜 이렇게 됐을까.
어째서 제대로 된 연애한 번 못하고, 친구들도 경악할 정도로 그 동안 만난 남자들이 이토록 별나고 날 힘들게 했을까.
친구들에게 항상 듣던, 연애고자 소리. 애는 멀쩡한데 왜 그런 놈들만 만나냐고 늘 반대했던 친구들의 말.
날 때리던 남자친구의 표정과 욕.
하나 둘, 시집 장가 가고, 너는 왜 안가냐며 하는 소리들.
점점 먹어가는 내 나이.
모든게 서러웠다.
다시 20살로 돌아 갈 수 있다면…
다시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볼텐데…
다시는 그런 남자들도 안만나고 좀 더 빨리 내 자신을 돌보며 멋있게 살텐데….
이렇게 후회를 하며 미친듯이 조여오는 호흡덕에 아린 가슴팍을 온 힘을 다해 퍽퍽 내리치고 있던 찰나,
다시 한 번.
나는 눈을 떴다.
그러나,
<꿈을 깬 것이 아니었다.>
“여긴….”
“지선이가~ 좋아하는~ 랜더엄~ 게임! 랜더엄~ 게임!!”
왁자지끌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소리에 눈을 이리 저리 굴려보니, 이 낯설지 않은 풍경은.
<20살의 나의 신입생 환영식 모임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