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이 적성에 안 맞는 95년생 교사의 학교 생활
브런치 첫 글에 썼다시피 교사 때려치울 결심을 내려놓은 지 2년 반이 지났다. 교사가 되기 위해 준비한 기간보다 교사를 때려치우려 고민한 시간이 길다. 지금 와서 보면 내 바람대로 때려치우지 않은 게 기적이고 참 다행이다.
학급 경영을 포함한 모든 것이 힘들었던 2022년, 그다음 해의 나는 그 어느 해보다 마음이 편하고 행복한 1년을 보냈다. 물론 그 해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으나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커졌다. 그러면서 교직은 어려울지언정 수많은 직업 중 내게 가장 적합한 직업이라는 생각의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해, 출근길에 버스에서 콧물이 흘렀던 적이 있다. 감기가 걸렸던 건지, 날씨가 추웠던 건지 코 속에 콧물이 느껴지더니 금세 흐르기 시작했다. 휴지도, 손수건도, 콧물을 닦기에 적합한 물건은 없었다. 가방 안에는 학교에 도착해 신으려 했던 양말이 있을 뿐이었다. 양말로 코를 닦기가 민망했지만, 콧물이 너무 많이 흘러 주변의 눈치를 슬쩍 살피며 코를 닦았다.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도, 중학생 때도, 고등학생 때도, 나는 원래 코찔찔이었는데. 그동안 잊고 있었구나. 이런 코찔찔이에게 직장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때려치울 결심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또 일이 어떻게 흘러가나 객관적으로 볼 심산으로 브런치에 글을 썼을 때, 월급과 나의 관심사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 글을 읽어 보니 2022년의 나는 피아노 교수학과 대학원에 지원할 목표를 가지고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고 있었다. 교사를 그만 두면 피아노 학원에서 일하며 밥벌이를 하려는 계획이었다. 그 목표는 얼마 못 가 포기했는데, 당시 나는 연주를 하면서도 악보를 잘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2023년, 나는 악보대로 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박자가 좀 더 불규칙적이고 복잡해, 듣고 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졌던 재즈 피아노 곡들을 배웠다. 여전히 박자 읽기는 어려웠다. 2024년에는 교회에 드럼을 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어, 만일의 상황에 내가 드럼을 치려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다. 1년을 열심히 배웠지만 실력이 늘지 않았다.
그런데 드럼을 배우며 그간 피아노 연주의 콤플렉스였던 박자 읽기가 어느새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본래의 계획대로 드럼 대타를 할 능력은 구비되지 못했지만(드럼 대타가 필요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악보대로 연주해야 하는 성가대 반주 대타가 필요한 상황이 종종 생겼고, 나는 그때마다 대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럴 동기로 시작한 게 아닌데 교회 창립 주일과 성탄절, 송구영신 예배 등 소중한 날들에 반주로 섬길 수 있어서, 필요한 일에 준비시켜 주시고 사용해 주심이 느껴져서 감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것을 선택할 때, 결과를 짐작해 보고 선택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커지는 것 같다. 마음에 끌리는 대로, 확신이 드는 대로 밀고 나가는 데 스스로 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께서 내가 혹여 하나님의 뜻을 잘못 판단해 선택할지라도, 동기를 보시고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시길 기도한다.
3년 전, 나의 관심사가 이후에 어떻게 활용될지 전혀 예상치 못했지만 하나님의 일에 사용해 주셨듯이, 앞으로도 선하신 하나님께서 나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연결시켜 주시길 믿음으로 기도한다. 그리고 세 살 더 먹은 나는 교사를 때려치우고 싶을 때와 같은 고난이 오더라도, 내 뜻을 내려놓고 선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는 레벨업을 할 수 있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