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산소호흡 프로젝트

마흔에 바라본 세상 | 아홉 번째 이야기

by NaRio

현시대를 이렇게 부른다.


코로나, 펜데믹, 포스트 코로나 등..


처음엔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를 처음 접하게 되었으니 ‘코로나 시대’라 불렀고, 이내 끝나길 바라면서 사람들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자 했다. 그리고 폭풍과도 같이 연일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니 이 상황을 코로나 바이러스의 ‘펜데믹’이라고 한다.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혼란 그 자체이니 사회적 바이러스의 펜데믹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연일 나온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해야 할 거라 말이다. 그렇다면 ‘with 코로나’의 시대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with 코로나

말 그대로 코로나와 함께 해야 하는 시기이다. 벌써 수개월이 지나가고, 앞으로 1-2년 안에도 이 상황이 종료될 거라 확언할 수 없으니, 끝날 때를 대비하여 지금을 버텨나가기만 할 수는 없다. 모두 처음 겪는 혼란한 상태이니 누구의 도움을 기댈 수도 선례를 따를 수도 없다. 그러니 만성 통증처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은 이 상황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고 말이다.


하지만 결국 마음 깊이 우울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정말 병처럼 ‘코로나 블루’의 상태가 되고 있다. 이 감정을 극복할 대책이 필요하다.



# 프로젝트 1; 덕질 하기

올 초 나와 딸은 ‘펭수’에 빠졌다. 남자인 지 여자인 지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이고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펭귄인 아이돌 연습생인 펭수는 우리 사회의 불필요한 경계들을 쉽게 넘는다. 하지만 그것은 일탈이기보다는 당당한 자기주장이다. 이러한 펭수의 거침없는 모습, 그리고 의외로 따듯하고, 예상보다 능력 쟁이인 모습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기 위하여 덕질을 시작했다. 지금도 집에 쌓인 펭수들을 보며 흐뭇한 마음이 든다.


KakaoTalk_20200907_092449907.jpg 거실 한 구석에 쌓여있는 펭수들


# 프로젝트 2; ARMY와 BTS 굿즈 구입

딸냄은 ARMY다. 그래서 BTS소식을 누구보다 빨리 알고, 굿즈 출시도 가장 빨리 안다. 그래서 하나씩 샀다. 앨범과 같이 소장가치가 높은 건 ARMY에게만 가치가 있으니 용돈 모아서 사고, 나는 함께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산다. 뽑기로 당첨돼야 받을 수 있는 브로마이드 갖고 싶다고 해서 칠성사이다를 사서 모았고(워낙 똥 손이라 결국은 친한 마트 사장님의 도움으로 받았다), 아이스크림은 종류별로 다 먹었다. 특히 얼마 전 ARMY의 생일에는 보라보라 케이크를 구하려고 클릭질을 좀 많이 해야 했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우린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고 달콤한 즐거움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BTS의 세계적인 활동과 평가는 더 없는 벅찬 기쁨을 주고 있지만 말이다.


KakaoTalk_20200907_092449907_01.jpg I purple U


# 프로젝트 3; 유튜브 탐험하기

오프라인 공연이나 행사가 줄어들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쉽지 않은 이 시기에, 유튜브는 답답한 현실 공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가장 신기했던 경험은 뉴욕 시립발레단의 발레 공연을 내 방에서 볼 수 있었던 거였다. 사실 뉴욕에 실제로 가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도 하지만, 뉴욕 시립발레단 공연 표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 그런데 온라인으로라도 보니 그 감동은 컸다. 그리고 영화 소개 채널을 통해서 못 봤던 영화의 내용을 알게 되기도 했고, 궁금했던 과학 상식을 쉽게 설명해준 채널을 통해 알게 되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을 하기 위해 필요했던 프로그램 툴을 배우기도 했고, 오디오 등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갈 수는 없으니 가끔 요가 강의를 들으며 건강관리도 한다.

더불어 한 가지 취미가 생겼다. 이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은 미리 이야기해 주기도 하고,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는 ‘타로’ 채널에 빠진 거다. 한번 보기 시작하니 매일 한 두 개씩 보게 되었는데, 재밌는 것은 보다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는 거다. 이 답답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타로카드들을 보면서 나를 반추해보고 정리할 수 있어서는 아닐까?




# 프로젝트 4; 집, 그리고 나만의 공간 꾸미기

‘거리두기’를 하면서, 집콕 생활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집구석구석에 쌓인 잊고 있던 짐이나 오래된 벽지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코로나 초기에 십 년 넘게 사용한 침실의 도배를 새로 하고 가구도 바꿨다. 덕분에 잘 때마다 기분은 좋다. 그리고 부엌의 구석구석도 조금씩 청소하고 정리하는 중이다. 더 나아가서 남편과 오랜 상의 끝에 집 앞에 작은 원룸을 구했다. 나의 아지트가 생긴 거다.

고심 끝에 작고 저렴하지만 깔끔한 방을 구했다. 이곳은 글도 쓰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요즘 부쩍 늘어난 온라인 강의를 하기 위하여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모아 왔던,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면 사용하려고 챙겨뒀던 물품들로 하나둘 공간이 채워졌다. 그리고 작지만 소박한 이 공간에서 조금 더 편안하게 나만의 일을 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현실은 학교를 못 가고 온라인 등교를 하는 딸과 함께 하는 알 수 없는 공간이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집이 아닌 또 다른 공간이 있다는 건, 프리랜서를 오랫동안 해온 나에겐 마치 숨 쉴 수 있는 산소방과 같다.


KakaoTalk_20200907_092449907_02.jpg 작은 휴식 존

결국은 변해버린 일상에 적응 중이다.

올 2월부터 지금까지 수개월 동안 전 세계가 그렇지만, 나의 삶도 변해버렸다. 학교에 가는 날보다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하는 시간이 더 많은 딸을 위해 점심도 차려야 하고, 강의를 하러 가기 위해 기차표를 끊기보다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멀리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찾기보다 지금 당장 내가 가지면 즐거울 소소한 것들을 찾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 바탕화면엔 넓은 바다 사진을 올려두었고, 핸드폰 바탕화면엔 2년 전 갔던 파리 오르세 미술관의 시계 사진을 올려두었다. 언젠가는 떠날 수 있기를, 마스크를 벗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 어느 날에 더 행복할 수 있기 위해서 지금의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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