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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Rio May 04. 2021

어린이날 맞이책정리

#1. 어린이날을 맞아, 아이의 책장 속 책을 정리했다.

그리 많지 않은 선반이지만, 아이의 책장엔 책이 가득했었다. 어릴 적 읽었던 아끼는 책부터 이번 학기 교과서와 문제집까지, 그리 책을 많이 사주는 편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또 금세 차 버렸다. 그래서 어린 시절 읽은 그림책 중 몇 권만 남기고 모두 빼기로 했다. 중고서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유치원에서 나눠준 책들은 버리고, 한 두 권씩 사서 모았던 책들은 나눔을 하기 위해서 모아두었다.

책을 정리하다 보니, 아이도 "아, 이 책 기억나! 나 이거 되게 좋아했는데!" 하며 흥겨워보였다. 그렇게 사연과 기억이 묻은 책은 한편에 모아 두고 나머지는 정리하였다.




#2. 전집은 사지 않았다.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문미술교사를 한 적이 있었다. 임신을 고대하던 때여서 무리하게 취직하지 말고 집 주변에서 소일거리를 하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일 년 반 정도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많은 집에 전집이 쭉 꽂혀있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집은 주로 TV나 장식장 대신 거실에 멋지게 전집들이 위치했다.

난 그 책들이 아까워서 그림 그릴 때 몇 권 꺼내서 아이들에게 참고할 수 있게 해주곤 했다. 가령 사과를 그려 넣고 싶다는 아이에게 "사과"에 관한 책을 꺼내서 그 속의 그림이나 사진을 보고 그릴 수 있게 도와주고자 했다. 하지만 한 아이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선생님, 안돼요. 책 여러 권 꺼내서 보면 엄마한테 혼나요. 예쁘게 꽂혀있어야 해요."

그러면서 아닌 책을 꺼내길 주저했다.

그러면 저 책들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장식이었던 것일까?

그런 생각에, 아이를 낳으면 꼭 아이가 직접 책을 고르게 해서 낱권으로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낱권을 사는 게 전집 중 한 권 가격보다는 비싸겠지만 수백만 원짜리 장식이 될 바엔, 아이에게 흡수될 수 있는 책을 사주는 게 더 값지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한 우등생 아이의 집을 보면서 더 와 닿았다. 그 집엔 전집이 없었다. 대신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책인 지도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아빠의 책도 간혹 꺼내보곤 했다. 그래서 나의 결심은 더 확고했고 지금까지도 전집은 사주지 않았다.

(아! 해리포터 전집 빼고.... 그건 내가 보고 싶어서... 하하하)



#3 책 나눔

나누고자 모아둔 책은 주로 내용도 좋고 그림도 예쁜 것들이었다. 아이가 저학년 때 학교에서 "책 읽어주는 부모님" 활동을 했을 때 잘 활용한 책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누고 싶었다.

중고서점에 팔까?

당근 마켓?

그러다 문득 글을 읽기 시작한 조카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아이가 갓 돌이 지난 선생님도...

그래서 그들에게 보냈다. 한 권씩 정성껏 골라서 사고 읽었던 책이니 아이들도 좋아했으면 한다.



#4 책 선물의 추억

난 책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리고 지금도 책이 제일 좋다. 다 못 읽어도, 쌓여만 있어도 그냥 좋다. 그래서 충동구매도 곧잘 한다. 하지만 책을 사는 것도 돈이 드는 일이라,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적에도 갖고 싶을 때마다 살 순 없었다. 그래서 아빠랑 서점가는 게 좋았다. 서점에서 책에 푹 빠져서 그것을 마저 읽고 싶어 하는 아이의 눈망울을 뿌리칠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간혹 아빠랑 서점에 가면 한 권 정도는 살 수 있었고, 혹 그때 못 사더라도 이후에 기회가 되면 선물로 사주시기도 했다.

이제 나도 그런 엄마가 되었다. 다행히 우리 아이도 나처럼 같이 서점을 가는 걸 좋아한다. 책 한 권은 사야 주차권을 받을 수 있다는 핑계로 한 권씩 꼭 사주니까... 나중에 아이도 서점에 가면 엄마를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5 그래도 어린이날 선물은 책이 아니다.

엄마랑 책 보러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해도, 아이는 어린이날 선물로 "BTS" 굳즈를 골랐다. 올해도 책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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