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바라본 세상 | 다섯 번째 이야기
작용-반작용 원리
뉴턴의 제3법칙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
즉 두 물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작용-반작용이라는 이 물리법칙은 심리적인 면에서도 생활과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도 그런 거 같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는 개인뿐 아니라 사회 그리고 전 세계에 스트레스성 작용을 일으켰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이에 대한 크고 작은 반작용들이 일어나고 있다. 흔히 ‘000의 민낯’이 드러난다고 표현하는 이러한 반작용들로 우리 사회뿐 아니라 세계 각 나라의 사회 시스템과 국민의식 등을 강제적으로 검증하게 한다.
나는 사회현상을 분석할 만큼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기에 그저 내 눈에 보이는 다양한 반응들을 통해 보이는 우리 사회의 윤곽만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가끔은 비전문가의 나이브한 눈이 정확할 수도 있으니까.
1_‘사회적 거리두기’를 해도 된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는 캠페인이 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꼭 필요한 상황 아니면 서로 간에 거리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로 힘든 시기인 만큼, 도울 일은 서로 돕고 심리적인 지지를 해주자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는 물리적 거리가 가깝다고 해서 사람들 간의 친밀감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거리가 멀더 라도 마음만 있으면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서도 충분히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거다. 이 시대는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가 전적으로 통용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물리적 거리두기’로 하자는 말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사회적 시도가 반가웠다. 왜냐하면 아이가 아직 어린 엄마로서 사회적 활동을 물리적으로 참여하지 못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굳이 어떤 모임이나 어떤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도 일을 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유로이 물리적인 이동을 할 수 없는,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으로 인식된다. 그런 인식을 벗겨내고 싶지만 공연히 말을 꺼낼 필요 없는 사소한 부분일 때가 많다. 그래서 만약 이런 이유로 누군가가 일을 주지 않는다면, 그 일을 할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유롭게 물리적으로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소극적으로 일을 구하게 한다. 그리고 마치 능력이 부족한 사람처럼, 일을 맡을 때 상대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전국이 거리두기를 하니, 이번 기회로 물리적으로 가깝지 않아도 가능한 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지 않을까?
2_디지털화의 가능성과 필요성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 보니, 가능한 업무들은 디지털화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도 늘고 있고,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로 개강을 했다. 또한 취소되거나 연기된 전시와 공연들은 온라인을 통해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도 있고, 생각보다 잘 되는 부분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는 인터넷 환경이 워낙 잘 되어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준비 없이 시작된 대학의 온라인 강의에서 문제가 적지 않게 드러났다. 숱한 실수담이 인터넷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데, 잘 들여다보면 강의를 하는 교수도, 학생들도, 학교도 좌충우돌 실수 연발이다. 나 역시 강의를 녹화해서 유튜브에 올렸고 그 과정에서 학교와도 숱한 전화통화를 했고 학생들이 톡을 통한 문의도 했다. 그럼에도 결국은 더듬더듬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비록 아직은 온라인 강의가 불완전하더라도 결국은 가능함을 이번 기회로 알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그동안 산간지역 아이들을 위하여 혹은 장애를 가진 학생을 위하여 특수하게만 진행해오던 온라인 수업에 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 듯하다. 사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온라인 환경이 더 익숙하니 온라인을 통한 교육방식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고 말이다.
재택근무를 온라인으로 하면서, 굳이 회사에 매일 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의 회사 문화가 고리타분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출근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야 하지만, 퇴근시간은 상사의 의중에 달려있다. 야근은 회사에 대한 충성도의 문제이고 회식은 무조건 즐겁게 참여해야 한다. 아닌 곳도 늘어나고 있지만 주변의 많은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몸이 좀 안 좋아서 늦을 거 같아요”나 “아이가 열이 나서 회사에 못 가요”는 용납되기가 힘들다. 그러니 많은 워킹맘들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월화수목금금금’ 일해야 하는 미술계의 근무환경이 무서워, 아이를 낳은 후엔 언감생심 정규직 취직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아이와의 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보낼 수 있고, 집에서도 일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시나 공연이 취소되자, 온라인을 통한 전시나 공연 중계가 늘어나고 있다. 일명 ‘방구석 1열’에서 전시와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관련한 플랫폼이 있었기에 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러한 온라인 콘텐츠를 수익성 있게 개발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book처럼 말이다.
3월 21일 MBD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가수와 뮤지컬 공연을 방송했다. 공연을 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집에서 문화생활을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3_사재기가 (필요) 없다.
이건 외국의 사례와 비교를 해봤을 때, 우리는 마스크 말고는 생활 속 필수품들에 대한 사재기도 모자라는 현상도 없다. 궁금했다. 우리는 왜 안 살까? 그리고 나는 왜 안 쟁겨두었을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인터넷 쇼핑으로 소독제는 조금 모아두었다.
그러고 보니 내 행동에 답이 있는 듯하다. 그건 바로 ‘인터넷 쇼핑’이다. 사실 가급적 집 밖에 나가지 말자는 분위기 속에서 바로든 생각은 “배달하면 되지!”였다. 대형 마트에서도 온라인을 통해서 배달을 받을 수 있고, 새벽배송, 로켓배송 그리고 배달앱을 통하면 어떤 음식이든 집에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디지털 세상에 익숙하지 않아도 동네 가게에 장거리를 전화로 주문하는 건, 내가 어릴 적부터 보아온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집 밖에 나가지 않아도 손쉽게 내가 필요한 것을 살 수가 있다.
그러고 보면 디지털화가 가능한 것도 배달이 손쉬운 것도 우리 사회에 얼마나 인터넷 문화와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지를 반증하는 것 같다.
4_사회적 문제들의 도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몸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스트레스를 통해서 문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역시 우리 사회에 가해진 스트레스와 같다. 이렇듯 어려운 일이 생기자 여러 문제들이 도드라져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퍼지고 우리나라에 시작될 즈음, 많은 이들이 중국인의 입국에 우려를 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인 입국이 문제의 근원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어쨌든 당시에는 걱정거리였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에 최근 몇 년 간 중국인 유학생들이 급격하게 늘었기에 대학가에서도 중국인 학생들이 개강에 맞춰 들어오는 것에 우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걱정을 덜기 위해서 지자체에서는 중국 학생들을 기숙사에 이주일간 격리조차를 하면서 철저히 관리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중국 학생들이 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는 것이 숫자로 표시가 되었다. 그리고 이는 대학에서는 공공연한 문제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그간 대학에서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중국 학생들을 위한 중국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열리고 있었고, 중국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두지 않도록 각 대학에서는 그들을 보호해왔다. 예로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할지라도 강사가 F를 줄 수 없었다. 이렇게 중국 학생을 보호하는 분위기는 그 학생들 뿐 아니라 한국 학생들도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로 대학 내 중국 학생들의 비율에 대해 더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간 암묵적으로 묵인되어 왔던 종교단체의 민낯도 드러나고 있다. 2월 말쯤이었나? 갑자기 코로나19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 가장 큰 줄기는 ‘신천지’라는 종교단체였다. 이 단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다. 교회에 다니는 친한 동생이 ‘성경공부’하자고 누군가 권유하면 절대 따라가면 안 된다 했다. 믿음이 깊은 동생이기에 의아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그건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보는 신천지에서 포교하는 수법이라 했다. 그래서 ‘그런 단체가 있구나.’하는 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상황을 통해서, ‘신천지’가 이토록 사회 깊숙이 그리고 세밀하게 파고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말이다.
20대 시절, 길을 가다 보면 ‘영이 맑아요’, ‘조상님의 복을 받았네요’, ‘도를 아십니까?’, ‘성경말씀을 함께 나눠요’ 등등의 말을 엄청 많이 들었다. 그 수많은 권유에도 넘어가지 않은 나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포교(?) 활동을 하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 이번 일도 어떤 기사에서 말하길, 우리나라에 재림예수가 50명이라고 한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정말 대단한 민족이다!
5_국난 극복이 취미인 나라!
이제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라떼는 말이야’로 한다면, 내가 어릴 적에는 일제, 독일제, 미제가 자랑거리였다. 국산은 가장 싸구려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Made in Korea’는 오히려 상품의 질이 높다는 증거가 된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싸이의 <강남 스타일>, BTS와 <기생충>을 거쳐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가적 자세까지,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할 이유는 이제 차고 넘친다. 어떤 외국인 유투버의 말처럼, 우리나라 국민만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어떠한 어려움이 와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든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예외가 없다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 세계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고 있는 코로나19라는 작용은 당장은 우리에게 힘든 시간을 주었지만, 반대로 자신과 우리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다. 훌륭한 것은 칭찬하고 나쁜 고름은 짜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우선 나와 내 주변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