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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포카 Jul 16. 2024

눈가가 촉촉해지는 건 마음이 다정해서

어린이가 소개하는 우리 가족 #01

해냥이네 방문해 인터뷰 영상 촬영을 맡아주신 허안나 작가님과 인터뷰 준비를 하는 동안, 고양이들은 낯선 이들의 방문에 놀람과 동시에 호기심을 드러냈다. 샴고양이 '코코'는 캣워크를 하듯 거리를 두며 슬며시 우리를 관찰했다. 호기심 넘치는 삼색 고양이 '행운'이는 인터뷰 답례로 준비한 펫밀크(내가 중형견을 길러서 그런지 손이 큰가보다. 펫밀크를 1리터짜리로 준비했는데... 인기가 없었다. 아, 어렵다. 고양이...) 과 낚시줄 장난감이 들어있는 종이 가방을 탐냈다. 겁이 많다고 들었던 러시안 블루 '쿠키'는 역시나 베란다로 도망가 인터뷰 준비를 다 마칠 때까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해냥이는 고양이 세 마리 소개를 (엄마의 도움을 받아) 각 고양이들의 별자리까지 되새겨가며 차분히 소개해 주었다. 사랑하는 털 동생들을 소개하는 자리라 그런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더 일러주고 싶은 해냥이의 마음이 전해졌다.


코코는 해냥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해에 가족이 되었고, 이윽고 둘째로 쿠키도 가족이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두 명의 어린이를 양육하며 다묘 가정을 꾸리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대부분의 입양 사유가 그렇듯,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소망 때문이었을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게 된 건 아버님의 제안이었단다. 당시 아버님이 반려동물과의 인연을 통한 마음 다독임이 필요하셨다고. 뭇사람들은 아이 기르기도 벅찰텐데 반려동물을 어찌 기를 것이며, 정붙이기엔 자녀들이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지만, 반려견과 아이를 함께 길러보니 알겠더라. 아이가 주는 기쁨과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은 또 다르다. 

해냥이네는 '어린이가 소개하는 우리 가족' 인터뷰에 처음으로 신청해주었다. 해냥이 어머님과 연락을 하면서 해냥이네가 다묘 가정이란 걸 알게 되었고, 고양이를 셋이나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내심 기뻤다. 고양이와의 만남은 늘 설렌다. 나는 고양이를 길러본 경험이 없어서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고, 우리 동네 고양이들에게도 인기가 없다. 그래도 동네 고양이들과 마주치면 인사하고, 고양이 간식을 작업실 서랍에 쟁여두고, 가방에도 종종 넣어다니며 고양이의 관심을 갈구한다. 고양이 사랑꾼들이 만든 밈인 '나만 고양이 없어'의 '나'에 속하는 사람은 늘 고양이와의 만남이 설레이는 법이다. 



코코, 쿠키와 달리 행운이는 더욱 특별한 계기로 가족이 되었다. 어느 날 가족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집 밖에 내놓은 카시트 위에서 삼색이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엄마를 잃은 고양이인 것 같아 급히 집 안에 들여 보살펴주었는데, 나중에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그 근처에 무지개다리를 건넌 또 다른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고. 길 고양이었던 행운이는 명석하게도 해냥이네 집이라면 돌봄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행운'은 '좋은 운수'를 뜻한다. '운수'란 이미 정해져 있어 인간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이라고 했다. 길한 천운이라니. 길에서 태어나 가족과의 생이별을 겪었지만 앞으로는 기쁜 일만 가득할 것이라는 해냥이 가족의 애정 어린 바람이 느껴졌다. 행운이가 인터뷰 사이사이 처음 만난 내 손에도 보드라운 머리를 갖다 대주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몸을 비비는 인사를 건네고, 또 인터뷰 중간에 살펴보면 엄마에게 포옥 안겨 쓰다듬을 받고 있는 걸 보니 행운이는 사랑을 듬뿍 주고받는, 필연적으로 행복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했다. 행운이는 해냥이의 입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맞아, 그땐 정말 그랬다고!'하는 추임새를 넣듯이 해냥이와 카메라 사이에 발라당 누운 채 꼬리를 팡팡 치기도 했다. 과연 천운을 누릴만한 명석한 고양이다.



인터뷰 말미 해냥이에게 반려묘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봤을 때, 씩씩하게 답하던 해냥이의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다. 이별을 앞서 떠올리기에는 어린 고양이들이지만, 지난 늦 봄 즈음에는 갑자기 고양이들이 다치거나 아파질까 봐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고. 보호자의 역할과 사랑의 무게를 알아버린 어린이의 마음이 읽혀 덩달아 마음이 짠해졌다. 나보다 작은 존재를 생각할 때 눈가가 금세 촉촉해지는 건 아마도 마음이 다정해서가 아닐까. "코코, 행운, 쿠키랑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다정한 어린이의 소망이 꼭 이루어지길 마음을 다해 바라본다. 모쪼록 해냥이의 가족 모두에게 행운이 가득하기를. 불현듯 만난 작은 생명에게 집 한편을 내어주고 평생토록 사랑해 줄 마음을 먹는다는 것은, 그런 천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고 믿게 되었다.



* <어린이가 소개하는 우리 가족>은 어린이가 반려동물을 소개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동물병원사회적협동조합'과 예술인 복지재단의 '예술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인터뷰 후기는 한 달에 2번, 우리동생동물병원사회적협동조합 블로그에도 업로드됩니다. https://blog.naver.com/animalscoop

* 우리동생 블로그로 가시면 인터뷰의 주인공인 반려동물들의 사진을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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