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이제 포카가 집을 나설 차례다. 신발장에 넣어둔 산책줄을 꺼내 버클을 채우고, 포카의 양쪽 귀를 매만져준다.
이 루틴을 만들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어느 날 버클을 채울 때 나는 ’딸깍‘하는 소리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포카가 놀랐을까 싶어 양쪽 귀를 매만져주었는데, 귀를 뒤덮은 뽀송하고 보드라운 촉감에 내 마음도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불과 한 해 전만 해도 내가 산책줄을 꺼내면 포카는 슬쩍 자리를 피하곤 했지만 이제는 산책줄을 보아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기다려준다. 아마도 우리는 비슷한 자극을 느끼는 사이었던 것 같다.
두 아이의 등원과 산책을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면 비로소 나의 일상이 시작된다. 잠시 포카의 보송한 귀를 떠올린다. 스튜디오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