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숲을 보다
토요일, 제주도에 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출발하기 전부터 태풍 소식을 접했는데 생각보다 무사히 이틀을 보냈습니다. 쨍 맑은 제주도 좋지만 이상하게 축축한 제주도 매력적이거든요.
제주에는 아름다운 바다만큼 신비롭고 웅장한 숲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사려니숲길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많이 와서 땅은 질퍽였지만 비를 머금은 숲은 더 맑고 상쾌한 기운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사려니숲길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여기저기 찍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스마트폰 카메라의 프레임에는 숲의 모습이 오롯이 담기 힘들었습니다. 저기 멀리까지 이어진 커다란 숲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죠. 이후에 갔던 바다에서도 그랬고, 녹차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요일 오후 방문한 맥주 양조장에서 평소에 먹던 맥주를 어떻게 만드는지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투어를 했습니다. 어떤 고민과 철학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그 맥주가 만들어졌는지 알고 난 후에 먹는 맥주의 맛은 이전과는 달랐습니다.
나는 늘 어떤 것의 일부분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프레임 바깥을 보기 위해서 조금 더 고개를 움직이고 발을 내딛고 손을 뻗어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만든 사람의 노고를 생각하고 말을 건네는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고 해내는 사람의 노력에 손뼉 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숲 전체를 보기 위해 멀리 내다보면서도 바로 앞에 마주한 나무를 쓰다듬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냥 제주가 좋다는 말이 조금 거창하게 길어졌네요. 시원한 일주일 보내세요.
폭풍전야의 제주에서 나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