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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아 Mar 16. 2024

중간 과정 공유가
꺼려지는 디자이너에게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까? 


누구나 각자의 고집이 있다. 오늘은 그중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미완성의 중간 과정물 공유를 꺼린다. 많은 인과관계가 얽혀 있겠지만,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평가받고 싶지 않은 것이 크다. 좋은 모습이고 싶은, 혹은 싫어하는 대상일수록 후리한 차림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과 비슷할까?


나도 중간 과정을 꽁꽁 싸매는 고집이 있었다. 잦은 야근을 하더라도 최대한 마무리된 작업물을 내보였다. 실력이 폄하되거나, 작업 도중 훈수를 받는 걸 피했다. 


이러한 성향은 업무의 비효율성을 가져왔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나는 이 고집을 문제(問題)로 삼게 되었다. 


초반에는, 업무 역량을 키우면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번 도돌이표를 오갔다.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은 대학에 들어가 시야를 넓히고 나서다.   


나는 오랜 시간을 우물에 머물러 있었다. 직장 동료도 친구들의 대부분도 비슷한 직종으로, 시야가 한 곳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경영을 배우고서야 전체를 확인했다. 수많은 조직이 얽힌 생산 과정을 그제야 제대로 인식한 것이다. 


회사는 크게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그룹들” “만들고 파는 활동을 하는 그룹들”로 구성된다. 만드는 활동을 하는 그룹 중 하나가 디자인 부서다. “나”혹은 “우리 부서”만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해가 얽혀 있다는 것이다. 내 사고(思考)의 실수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지금껏 무의식적으로, 담당 업무를 “나의” 창작물이라 여겼다. 이런 마인드가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협업의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두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중간 작업을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핵심이다.


나는 꽤 몇 년간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고민했는데, 근래에는 가시화(可視化)의 조언자라 생각이 든다. 이후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리에 위치하면 창작자의 역할이 추가되는게 아닐까.


최근, 교내의 수많은 팀플을 경험하며 위의 생각을 긍정하고 있다. 광고학과 경영에서의 디자인은 오롯이 부가적 영역이기 때문에 더 실감한다. 디자인이 어수선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후 느껴지는 성취감에서 스스로가 달라졌음을 느끼는 요새다. 










⋯ 굴릴수록 커지고 단단해지는 눈(雪)처럼 눈(目)을 돌리니 바라볼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디자이너, 눈을 굴리다"는 해답이 아닌 과정의 기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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