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에서 그림만 보세요?

by 나로살다

오르세 미술관을

어디 보자...적어도 7번은 방문했다.


그 중 6번은 유명 작품 찾아가 만나는 느낌이었고

(현장 실사랄까? 아님 직관잼?

3년 전 가족들과 왔을 때 가이드 투어를 신청해서 돌아봤을 때는 남아 2인과 함께였으니...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요 꼬맹이들을 데리고

천문학적 가치를 가진 작품을 훼손하지 않고

무사히 방문을 마무리했다는 것으로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그리고 지난 6월, 8번째로 오르세 앞 코뿔소 동상 앞에 서 있게 되었다.



이상 기후로 무더운 6월.

더우면 에어콘을 틀어야지 가 아니라

이렇게 더운 것은 무분별한 에어콘 사용 때문이야 라며

꿈쩍 안하는 프랑스였다.


거기다 태양은 어찌나 눈부신지!

습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감사했지만

이 정도 더위에 에어콘이 없는 (부족한) 상황은

한 여름에도 가디건을 챙기는 한국인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며칠 파리 바이브로 더위를 견뎌냈건만

(정신승리)

저녁에 에어콘 없는 숙소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우린 내일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야했다.



- 내일이 제일 덥다는데...38도래.

- 뭐? 한국이야? 6월인데 왜이래 여기!

- 파리 정말 왜 이러니...



제일 더운 날은 다행스럽게도 오르세 미술관 일정이 있었다. 오전에 3시간 가이드 투어를 하고 근처 유명 맛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는 세느강을 건너 마레지구로 이동하는 것이 계획이었지만...

며칠 겪은 바로 한 낮의 이동은 삼가야 했다.

우리는 더이상 젊지않고 꽤 긴 여행 기간 중 컨디션 관리가 최우선순위였기 때문이었다.


- 찾아보니까, 오르세 안에도 식당이 2군데 있더라.

5층에 비스트로 느낌 캐주얼한 카페도 있고

2층에 제대로 된 레스토랑도 있어. 리뷰도 좋은데?

- 오! 잘됐다. 우리 왠만하면 오르세에서 나오지 말자.

- 그래, 투어하고 점심 천천히 먹고, 특별전도 보고

투어 중 좋았던 작품도 다시 꼼꼼히 보고...

- 그리고 대망의 굿즈 샵에서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고.

- 완벽한 계획이야!





아침 9시에 코뿔소 동상앞에서 투어 일행을 만나

줄을 서 기다리면서, 만국 박람회에 출품되었던 동상 작품들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벌써부터 흥미진진한 예술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었다. 가이드 님의 지식과 이야기 솜씨가 군더더기 없어서 귀에 쏙쏙 들어오고 새로운 것을 보고 알게되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이연호 가이드님 최고)



당연하게 여겼으나 새로웠던 사실은

루브르는 궁전이어서 왕가가 수집한 많은 그림들이 죄다 걸려있는 것을 대혁명이후 민중에게 공개한 것이지만,

오르세는 기차역을 닫고 철거하려는 것을

역사적인 건물이니 미술관으로 활용하자고 용도변경(?)이 되면서 큐레이터 들이 기획하여 만든 곳이라는 것이었다.


기획된 공간이니만큼 인상파 작품들이 작가별, 연대별로 정리되어 전시되어 있는 것이고

아카데미즘부터 그에 반대되는 강렬한 화가들까지

관람하기 너무 즐겁고 흥미롭게, 스토리를 따라 준비된 미술관이었던 것이다.


- 역시, 그래서 오르세가 동선도 좋고 그림도 재밌구나

- 응 일단 아는 작품이 많잖아!



자연광을 활용한 미술관에서

모네의 피크닉 작품을 감상하는데

관람객들마저 그 피크닉을 함께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것도 큐레이터가 의도한 것일까?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1층의 대리석 조각 작품들도

하나 하나 다시 보게 되었다.

어쩌면 이렇게 실감나게 조각했을까?

무슨 기술을 썼어도 어쨌든, 돌. 인데 말이다.

미세한 입술 끝의 움직임. 눈썹의 각도 표현으로

돌로 만든 조각상의 표정이 생생하다.

동공은 없지만, 눈빛까지도 읽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나의 발길을 붙잡은 것은 두 아들과 엄마의 동상이었다.

엄마는 가운데 근엄하게 앉아서

큰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작은 아들의 손을 살며시 잡고 있다.

나이 대가 딱 우리 큰 아들, 작은 아들 같아

오랜 시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 셋의 표정이 딱딱하고 굳어 있는 데다가

서로를 바라보는 화목한 분위기가 아닌 것이 이상했다.

세 명이 조금은 공격적(?)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어딜 보고 있는 거지?


그들의 시선을 쫒아가보니,

글쎄, 술 잔을 들고 신나는 몸짓을 하고 있는 남자의 조각이 있는 것 아닌가!!!!!!!!!


와!

소오름


원래부터 그렇게 의도된 작품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르세 큐레이터의 위트와 센스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래, 시대불문, 국가불문,

만국 공통의 이슈구나 이건.....ㅎㅎ



즐거운 가이드 타임이 끝나고

더 레스토랑 이라는 곳을 찾아갔다.

기차역으로 사용될 때부터 식당으로 쓰이던 공간이고

그 예전에 기차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 귀족이어서인지 층고가 높고 천정화와 샹들리에가 아름다웠다.


메뉴도 제대로였다.

ENTREE, PLAT, DESERT 가

성의있게 준비되어있어서

파리에 와서 아직 한 번도 못먹은 푸아그라를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물론

샴페인 한 잔과 화이트 한 잔을 주문했다.



아름다운 샹들리에를 감상하며

얼음처럼 차가운 샴페인이라니.


부드럽고 풍미가 좋은 푸아그라 역시 완벽했다.



이게 파리지!!!




바깥의 더위는 이제 남의 일이 되었다.

즐길 일만이 남았다♡

오르세에서 이렇게 훌륭한 샴페인과 음식을 만날거라곤 예상못했는데..기껏해야 샐러드와 크로크무슈 아닐까 했던 나의 편협한 사고를

와장창 깨뜨려준 오르세...


Merci Beauc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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