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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0. 2023
최고의 식단을 찾았다
퇴사 후 잘 먹는 이야기
퇴사한 뒤 집에서 혼자 밥을 먹게 되면서 유난히 식단 사진을 많이 찍게 된다. 스마트폰의 사진 갤러리가 점점 음식사진들로 채워지는 걸 보면, 아무래도 혼자서 식사를 준비하고 먹는 그 시간이 나에게 주는 기쁨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산 고구마 10kg로 인해 아침식단은 <고구마나 빵 + 약간의 과일 + 라떼믹스> 조합으로 완성이 되었다. 매일 잘 챙겨 먹는 아침식단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고민도 필요 없고 준비에도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2~3일에 한번 고구마를 쪄놓고 두세 종류의 과일만 갖춰놓으면 끝이었다.
하지만 점심식단이 문제였다. 점심에는 주로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는 라면, 국수 등 면 종류나 비비고 제품을 이용했는데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혼자 먹는 라면이 맛있기는 했지만 건강하지는 않았고, 밥을 차려먹기도 번거로웠다. 매일 점심메뉴 고민은 계속 됐다. 그날그날 냉장고에 있는 걸로 대충 차려먹다 보니,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도 걸리고 준비도 번거로웠다. 퇴사 후 다른 밥벌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는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최대한 아껴야 했다. 메뉴 고민 따위는 할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이제 회사를 나와서 비빌 곳이 없는 나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잘 챙겨 먹고 건강해야만 했다.
점심으로 좋은 최고의 식단이 뭐가 있을까. 메뉴 고민이 필요없는, 건강에도 좋고, 맛도 있고, 질리지도 않으면서 준비도 간편한.
매일 고민을 하다가 예전에 아토피 때문에 한동안 먹었던 현미 생채식 식단을 떠올렸다. 현미 생채식은 <생현미 + 쌈채소 + 과일>의 조합으로 된 식단이었는데, 아토피에는 효과가 아주 좋았지만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었다. 음식에 온기가 없어 먹는 기쁨이 없었고, 포만감도 들지 않았다. 한동안 꾸준히 먹다가 아토피가 어느 정도 나아지고 난 후엔 기억에서 잊혀진 식단이었다. 그런데 이 현미 생채식 식단을 좀 변형하면 내가 생각한 조건에 맞는 완벽한 식단이 완성될 것 같았다.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보았다. 현미 생채식 식단에 온기를 더하고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단백질류를 추가하면 얼추 내가 원하는 식단이 될 것 같았다. 일단 생현미는 따뜻한 현미밥으로 대체했다. 채소도 필요했다. 집 근처 로컬마트에서 로메인 상추와 치커리 등 맘에 드는 쌈채소를 샀다. 포만감을 줄 수 있는 재료로 베이컨과 새우, 닭가슴살과 버섯도 준비했다. 식단이 정해지고 재료를 준비하니 완벽한 식단이 완성되가는 것 같았다.
메인재료는 <현미밥 + 쌈채소 + 과일>
여기에 포만감과 온기를 주는 추가재료 <구운야채 + 삶은 계란 + 고기류(닭가슴살 또는 베이컨 등)>
내가 생각하는 조건에 딱 맞는 식단이었다. 온기와 포만감도 더한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 현미밥과 쌈채소를 제외한 과일이나 채소 등은 그때그때 취향에 따라 바꿔가며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질리지도 않을 것 같았다. 재료가 떨어지지 않도록 체크하고, 2~3일에 한 번씩 재료 준비를 해둬야 하긴 하지만 틈틈이 하면 될 일이었다. 무엇보다 메뉴를 정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매일 준비된 재료들에 야채만 볶아서 세팅하면 되는 간소함이 좋았다.
고민 끝에 탄생한 최고의 식단이렇게 한 그릇에 모아서 담아 먹으면 만족스러움이 차올랐다. 점심을 먹은 후 잠시나마 따스한 햇살을 맞으러 산책을 다녀오면 완벽한 점심을 보낸 것 같았다. 재료준비도 정해진대로만 하면되니 어렵지 않았다.
냉동 현미밥: 압력밥솥에 있는 현미밥 취사기능 이용해서 한 주먹 크기로 나눠 냉동해두기
쌈채소: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
2~3가지 종류의 과일: 과일도 떨어지지 않도록
계란 삶기
닭가슴살 삶기 또는 베이컨 구워두기
애호박, 양파, 버섯 등은 그때그때 후라이팬에 볶기
아보카도, 파프리카, 마늘 등 추가 가능
오리엔탈 드레싱, 시저 드레싱 등 취향에 맞는 소스 준비
2~3일에 한번씩 이렇게 재료준비만 해두면 고민없이 점심메뉴를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설거지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점심을 맛있게 먹고 햇살을 맞으며 산책을 할 때면 불안한 현실은 잊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채워진다. 음식으로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그런데 퇴사 후 올린 글들이 모두 먹는 것에 관한 글이다. 나 정말 먹으려고 퇴사했나.
쌈채소도 박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