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2)
일본에서 5번째 아침을 맞았다.
반더부살이를 시작한 지 이삼일까지는 남은 시간이 넉넉하게 느껴졌는데, 육일차가 되니 약간 조급증이 생긴다. 더 열심히 일본생활을 탐구하고 경험해야 할 것 같다. 조급한 마음은 저만치 앞서갔지만, 서둘러 따라가지 말고 현재 누릴 수 있는 여유를 천천히 누려봐야겠다. 생각해 보면 한 달 살기란 그 지역의 일상을 경험하는 여행이다. 한 달 내내 바쁠 필요는 없겠다. 진정하고 조급증에 휘말리지 말자.
오래 머물며 생활하려면 매 끼니마다 음식을 사 먹을 순 없다. 금전적인 이유도 있지만, 현지 시장이나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다가 음식을 해 먹는 걸 좋아한다. 장보기도 재밌고 요리하는 것도 재밌다. 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음식 조합을 잘 맞춘다는 칭찬은 종종 듣는다.
전날 새벽에 늦게 자서 아침엔 뒹구적 거리다 늦게 일어나려 했더니, 할머니가 내 머리맡에 방귀를 뀌어 나를 깨운다. 첫날부터 7시에 일어났더니 꾸준히 7시에 기상하게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하루가 길어서 좋다. 잠이 부족한 탓인지 중간중간 나른해지고 졸릴 때도 있지만, 하품을 쩍쩍할지언정 잠으로 시간을 까먹는 것보단 좋다. 흘러가는 1분, 1초가 아깝게 느껴지는 여행 중에는 더 그렇다.
예전에는 없었는데, 집 앞에 마트가 생겼다고 한다. 외부는 엄청 작아 보였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엄청 크다. 해리포터 비밀의 방처럼 내부는 거의 딴 세상이다. 동굴처럼 깊숙이 뒤쪽까지 물건이 알차게 진열되어 있다. 몇 달 전, 사진으로 본 우유팩 푸딩을 발견했다. 일본에 오면 꼭 먹어보겠다고 다짐했었다. 처음엔 어떨지 몰라 일반적인 크기의 푸딩 3개가 묶여있는 상품을 샀었는데, 이거 말고 우유팩 푸딩을 사라는 J의 말을 듣고 하나 사보았다. 캐러멜 시럽이 뿌려져 있지 않아 맛은 달달하면서도 담백한데, 집에 있는 메이플 시럽을 뿌려 먹어보니 더 만족스럽다. 하지만 그냥 먹는 것도 매력 있어서 남은 우유팩 푸딩은 그 자체로 호로록 먹어줘야겠다. 이거 다 먹으면 우유팩 푸딩 옆에 진열되어 있는 우유팩 치즈케이크를 살 예정이다.
일본에서 고모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나는 요리를 하지 않는다. 아침엔 크림치즈와 블루베리 잼을 바른 토스트와 미리 만들어둔 야채수프를 한 그릇 먹는다. 슬라이스 햄 한 장과 달걀 프라이도 하나 먹는다. 커피도 마신다. 점심과 저녁엔 떡볶이나 샤브샤브 같은 요리를 만들어먹기도 하고 나가서 사 먹기도 한다. 곱창야채볶음이나 문어야채볶음도 해 먹었다. 일본에서 매운 음식을 자주 먹지 못하는 J를 위해 매콤하게 요리했는데 할머니도 곧잘 먹는다. 일본에서 살쪄서 돌아가겠다.
야채나 냉동식품은 집 앞 마트에서 구매하지만, 고기나 생선은 조금 더 멀리 떨어진 큰 마트에서 사 온다. 요일마다 세일하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잘 맞춰 가야 한다. 돼지고기 세일 요일은 수요일인데 목요일에 가면 나가리다. 저번엔 화요일에 갔는데, 세일하는 돼지고기를 산 것도 같다. 세일 상품을 사는 데는 운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