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동을 지나는 중요한 도로는 화곡로와 강서로이다. 2021년 12월 27일 화곡로를 답사했다. 주말 내내 강추위가 몰아친 데다가 하루 종일 영하권이어서 답사하기에 그리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섰다. 추위 핑계 대다가는 겨우내 답사를 할 수 없으니 말이다.
화곡로는 양천구 신월동(부천시 경계)부터 가양대교 북단까지 이어지는 길이 5.8km, 너비 30m 왕복 6차선 도로이다.
카카오맵과 위키백과에서는 가양대교 북단까지 화곡로의 범위에 들어있고, 서울지명사전과 두산백과에서는 올림픽도로까지만 화곡로의 범위에 들어있다. 가양대교가 화곡로에 포함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서울지명사전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화곡로는 이 길이 지나는 강서구 화곡동 동명에서 유래되었다. 화곡로는 강서구 가양동 1번지(올림픽대로)에서 강서구청을 거쳐 양천구 신월동 39-1번지(신월동 시계)에 이르는 폭 30m, 길이 4,800m의 4차선 도로이다.
이 길은 1978년 6월 29일 서울특별시공고 제277호에 의해 처음 화곡로로 이름 붙여졌다. 이때 화곡로는 신월동 73번지 남부순환로 접속 지점에서 강서구청을 지나 등촌동 공항로와의 교차점에 이르는 1,800m 구간이었다.
1981년 10월 22일 가로명 개정 때 화곡로는 신월동 24번지에서 강서구청을 지나 등촌동 80번지에 이르는 폭 30m, 길이 3,200m의 대로2류 39호로 지정되었다.
1984년 11월 7일 서울특별시공고 제673호에 의해 기점과 종점을 반대로 조정하고 종점을 신월3동 산29-9번지 신월동 시계까지 400m 연장하여 3,600m 구간이 되었다. 그 후 기점이 올림픽대로까지 연장되어 4,800m 구간이 되었다. 이 길은 강서구에서 부천시 오정구로 이어지는 간선도로 구실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화곡로 [禾谷路] (서울지명사전, 2009. 2. 13., 서울역사편찬원)
나는 신월동 자동차 매매시장부터 가양아파트 교차로까지 걸었다. 왕복하는데 약 2시간 반 정도 걸렸다. 김시덕의 <대서울> 시리즈를 읽고 시작한 답사인데 내가 무엇을 봐야 하고, 어떤 것을 기록해야 하는지 확실히 모르겠다. 아직까지는 책 속에 언급된 '도시 화석'을 알아보는 눈이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까 한다. 일단은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오래된 옛 건물들과 특이한 것들, 옛 흔적이 남은 것들을 찾아보았다.
신월동 자동차 매매시장 앞의 표지판이다. 표지판을 경계로 부천시의 영역인 봉오대로, 서울시 영역인 화곡로로 나뉜다. 조금만 더 가면 화곡로입구 교차로가 나온다.
사진을 찍지 못해 카카오맵 로드뷰 캡처로 대신한다.
화곡로는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동 / 등촌동/ 가양동을 지난다. 주소 표지판을 몇 개 찍었는데 좀 다양하게 찍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화곡7동은 1동에 통합되어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흔적을 표지판에서 찾았다. 화곡역 인근의 어느 상가건물이었다.
화곡로를 답사하며 오래된 건물을 많이 보았지만 머릿돌을 찾을 수 없어 언제 세워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나마 확인이 가능했던 건물은 강서경찰서 앞의 우리은행 건물과 화곡역 근처의 상가건물이었다.
쓸데없는 장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네모 반듯한 건물은 1982년에 준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은행이 언제부터 이 건물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머릿돌이 잘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무려 4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건물이다. 아래 사진처럼 강서구청 근처에 이보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상가건물들이 여러 개 있지만 머릿돌이 없어 확인이 힘들다. 언제까지 남아있을지 모르겠다.
화곡역 근처의 맘스터치 건물은 1993년에 지어졌다. 30여 년이 다 되어가는 건물이다. 벽돌에는 세월이 흔적이 느껴지지만 머릿돌은 어제 박은 듯 깨끗하고 선명하다.
화곡로는 물론이요 강서구의 명물인 성지 중, 고등학교도 빼놓을 수 없다. 1981년 준공했고 부실공사로 인해 안전도가 D급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붙여놓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성지 중, 고등학교에서 공항대로를 향해 북쪽으로 가다 보면 와이즈황 병원이 나오고 그 옆에 곽의원 소아과내과가 나온다. 역시 수십 년은 되어 보이는데 머릿돌이 없어서 준공날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여전히 진료 중이다.
강서구청 근처의 오래된 집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이미 철거된 옆 건물처럼 몇 년 안에 사라지리라. 60~80년대 화곡동에 지어진 건물은 이미 화곡로 같은 대로에서 거의 다 추방되었다.
화곡6동은 예전에 '역말'로 불렸다고 한다. 각 동의 연혁에 대해서는 차차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옛 마을의 흔적이 부동산 상호에 남아있다. 역마을 부동산. 강서구청입구 교차로 부근에 있다.
화곡로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메타세쿼이아가 아닐까 한다. 화곡역부터 강서구청 입구 교차로까지 도로 양 옆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심겨있다. 2007년 기사에 의하면 '심은지 30년이 지났다고' 하는데 정확히 언제 심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출처 1) 김민철의 <문학이 사랑한 꽃들-33편의 한국문학 속 야생화 이야기>에 의하면 서울 시내에 메타세쿼이아가 늘어난 것은 고건 서울시장(임기 1998~2002년) 때부터라고 한다.
기사의 내용이 맞다면 1970년대 심었다는 이야기인데 화곡로 메타세쿼이아의 규모를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지금은 엄청난 키를 자랑한다. 또 하나, 엄청난 낙엽도 자랑한다.
지금은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지만 낙엽 사진을 찍었던 11월~12월 초에는 바람만 불면 비처럼 먼지처럼 날아다녔다. 좀 성가시기는 했다.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다른 계절에는 화곡로에 늘어선 메타세쿼이아가 참으로 장관이어서 가을의 낙엽쯤이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미화원이라면 다른 생각이 들겠지만).
메타세쿼이아는 소나무강 측백나무과에 속한다. 역시 같은 과인 낙우송과 비슷하게 생겨서 나무 공부를 처음 하는 이들은 헷갈리기 쉽다(낙우송은 잎이 어긋나기로 나고, 메타세쿼이아는 마주나기로 난다). 쭉 뻗은 줄기에 원뿔 모양으로 잎이 달리는데 수형이 아름다워서 요즘 가로수로 많이 심는다. 메타세쿼이아 열매는 생태강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자연물이기도 하다. 나 역시 예전에 공항동에 살 때 동네 놀이터에 있는 메타세쿼이아 나무 아래서 주운 열매를 몇 년째 사용하고 있다. 화곡로 메타세콰이어 주변에도 열매가 많이 떨어진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멸종된 나무로 알려져 있었다. 1939년 일본의 미키 시게루 박사가 화석식물로 발표했는데 1941년 중국에서 나무가 발견되었고, 미국의 하버드대 아널드 수목원이 전 세계로 보급하여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이 유명하다. 강서구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데 서남환경공원 메타세쿼이아가 유명하다. 서남환경공원은 따로 다룰 예정이 없어 여기서 한 가지 팁을 알려주자면 7~8월에 매미 핫플레이스다. 아이와 매미 잡으러 열심히 출동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메타세쿼이아를 환영하는 건 아니었다. 2016년 강서구의회에서는 메타세쿼이아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출처 2). 김용원 의원은 아래와 같이 질문했다.
강서구청앞 화곡로 메타세콰이어길
- 현황 : 길이 1.8km, 폭 30m의 화곡로에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식재로 서울시 아름다운 거리로 선정, 향후 6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줄이고 인도를 확장하여 보행하기 좋은 거리로 조성, 전환 계획 있음.
- 의견 : 메타세콰이어 수종은 최고 60m까지 자라는 거대한 교목이며 낙엽수로서 도심의 가로수로 선택될 수 없음. 더더욱 이 지역을 상업지구화 하려는 계획에 적합하지 않으며 공원에나 어울리는 수종을 가로수 규정 8m 간격에 준하여 식재하였음. 메타세콰이어 수종을 전부 제거하고 강서구의 남북 중심도로와 상업도심축으로 가꿀 계획은 있는지?
이에 대해 공원녹지과에서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공원녹지과장 : 오춘섭 / 조경팀장 : 최광회 / 주무관 : 녹지8급 송보영】 연락처(☏) : 2600-4188
3. 강서구청 앞 화곡로 메타세콰이어길은 서울시 아름다운 거리로 선정된바 있으나, 향후 6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줄이고 인도를 확장하여 보행하기 좋은 거리로 조성·전환 계획이 있으므로 거대 교목 및 낙엽수로 도심 가로수로 부적합한 메타세콰이어 수종을 전부 제거(변경)할 계획이 있는지?
4. 가로수를 조성하는 인도의 체계적 관리를 위하여 인도 최소폭 1.5m이하에 식재되어 있는 가로수를 보행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하여 이식 또는 제거해줄 수 있는지?
□ 답변내용 -------------------------------------------------------- 공원녹지과
- 먼저 가로수 관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복지건설위원회 김용원 위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첫번째 질문하신 화곡로 메타세콰이어 제거(변경) 사항에 대하여는
화곡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외에 관내 주요 노선의 버즘나무, 느티나무 등 수령이 오래된 대형 가로수로 뿌리 자람에 의한 보도 돌출과 주변 상가의 간판 가림, 전선과의 충돌, 신호등 가림, 건물 저촉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와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우리 구에서는 전선 저촉 가로수는 한전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매년 전지작업을 하고 있으며, 뿌리 자람에 따른 보호판, 보도블럭 돌출 부분 정비, 건물 저촉, 신호등 가림 가지의 전지 작업 등을 매년 수시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곡로의 경우에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의 특성상 수고의 높이를 조정하는 전지작업과 뿌리 돌출로 인한 보도, 보호판 정비 그리고 지상 2층까지 가렸던 가지를 제거하는 지하고 상향 작업 등을 시행한 바도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화곡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의 현실적인 사항에 대하여 공감을 하면서도 서울시 아름다운 거리로 선정된 40년 이상된 대형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를 제거(변경)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 소요와 서울시 심의 통과 불투명 그리고 환경단체의 반대의견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라며, 향후 도로의 상황 변경, 경제적인 상황 및 주변 지역의 현저한 변화, 지역주민여론 등을 고려한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 두번째 질의하신 인도쪽 최소 1.5m이하에 식재되어 있는 가로수를 보행 안전을 위하여 이식 또는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답변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인도의 최소폭 1.5m이하 보도에 식재된 대형 가로수로 인하여 보행에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곰달래로를 비롯하여 등촌·가양동 SH, LH 아파트단지 주변 도로와 공항동 이주단지 주변 가로수가 대표적인 불편 지역입니다.
이들 지역에 있는 대형 가로수의 이식이나 제거시 가로수의 공익적 기능 즉, 공기정화, 녹음 제공, 경관 개선 등의 순기능이 사라짐으로 인한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이식이나 제거는 여러 가지 제반상황을 고려할 때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협소한 보도지역의 보호판 축소, 지하고 상향으로 보행 불편 해소, 신호등 및 건물 저촉, 차폐 가지의 전지 작업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보도폭 1.5m이하의 지역에는 향후 신규 식재를 가급적 지양하여 보행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21년 12월 현재 화곡로 메타세쿼이아가 건재하는 것으로 보아 메타세쿼이아는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부천시에서도 메타세쿼이아가 뜨거운 감자가 된 된 적이 있다. 심곡복개천 복원사업을 하는데 메타세쿼이아를 없애나 놔두냐가 문제가 된 것이다(출처 3). 2017년 기사를 보니 죄다 잘려나간 듯하다(출처 4). 새삼 화곡로 메타세쿼이아의 운명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메타세쿼이아가 심긴 구간 외 신월동-화곡역 구간과 강서구청입구교차로-가양아파트교차로 구간에는 양버즘나무, 흔히 말하는 플라타너스 나무가 심겨져있다. 메타세쿼이아보다는 맘 편히 자리 잡고 서있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나 나무나 자리보전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다음에는 까치산로를 답사하러 간다.
출처
1. 문화일보, 메타세콰이어길 ‘가을’ 밟으세요,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101901030943062006
2. 강서구의회, http://gsc.gangseo.seoul.kr/smember/qnadoc_view.asp?qtag=QUD_007_2016_0151&mcode=00102
3. 부천 매일, '나쁜 나무'로 지목된 메타세콰이어...30년 공존의 대가인가? http://www.bcmaeil.com/bcmaeil/news.html?news_num=7086
4. 부천매일, 준공 D-3...미리 가 본 심곡천 복원사업 현장 http://www.bcmaeil.com/bcmaeil/news.html?news_num=8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