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 - 측백나무

by 정지영


보호수는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뜻한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전국에는 13,864본의 보호수가 지정되어 있으며, 보호수로 가장 많이 지정된 나무는 느티나무, 소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버드나무, 회화나무, 향나무 등이다(출처 1).


서울시에는 2020년 말 기준으로 208본의 보호수가 지정되어 있으며, 강서구에는 11본의 보호수가 있다(출처 2). 반갑게도 화곡동에 보호수 1그루가 있어서 답사를 다녀왔다.



강서구 보호수.jpg 강서구 보호수 현황(2020년 말 기준)





보호수가 있는 곳은 작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었다. 얼마 전에 내린 눈이 드문드문 남아있었고 아무도 없었다.





공원 안쪽에 주변보다 높은 단이 있고 그곳에 측백나무가 있다. 사진으로는 느껴지지 않지만 굉장히 크다. 안내판에 의하면 높이가 16.5m이다





나무 옆에는 유래비가 있다.



측백나무 식수 유래비

예로부터 측백은 신선이 되는 나무로 알려져 귀하게 대접받던 나무로서 소나무와 함께 선비의 절개와 고고한 기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상록수이며 사람들이 아주 옛날부터 사당이나 무덤가에 측백을 심은 것은 고집스러운 이 나무가 조상을 지켜 주리라는 믿음때문으로 유추된다. 전설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전 세종조(世宗朝) 때에 원주김씨 선대이신 휘(諱) 을신(乙辛) 판서공께서 송도(松都) 개성으로부터 이곳 양천현에 처음으로 터를 마련하여 정착하시었으며 그 후 손자이신 휘(諱) 팽수(彭壽) 호(號) 용암(龍巖) 영해 도호부사공(寧海 都護府使公)께서 만년에 시조공 원성백(原城伯)의 탄신일 3월 3일을 기하여 선향(先鄕)인 개성에서 측백 한그루를 구해다가 지금의 강서구 화곡2동 용암길 공의 유허지(遺墟地)에 식수(植樹)를 하시고 뿌리가 깊으면 잎이 무성하다하여 자손이 영원히 번창하라는 뜻에서 측백을 심으셨다 하니 그 식수의 의미가 얼마나 심장한가. 공이 그 성품이 후덕하고 엄격하며 행동거지가 분명하시기 때문에 세인들이 도덕군자라 하였고 향당의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이리하여 도덕군자 어른이 식수를 하시었다 하여 주변사람들이 그 측백에 대하여 군자수라고 이름하여 불렀다고 한다. 공께서 식수를 하시고 식수기를 지어 전하였으나 임진병화(壬辰兵禍)를 면하지 못하였으니 한탄한들 어이 하겠는가. 다행히도 400여년의 세월이 흐른 1972년 10월 12일자로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으니 우리 원김 종중(宗中)으로서는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원주김씨가 화곡동에서 600여 년간 터를 다진 상징의 표시이기도 한 늠름한 측백을 바라보며 무의식중에 숙연함과 보호할 책임감이 막중함을 느끼게 된다. 이에 원주김씨 대종친회에서는 공의 아호(雅號)가 붙여진 화곡도 용암길 측백나무 아래에 공의 깊은 뜻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하여 측백나무의 식수 유래비를 삼가 세우다.

2011년 1월
원주김씨 대 종친회 일동 건립


김을신(金乙辛, 1366~1446) 조선 태종 때 원종공신(原從功臣)이며 세종 때 동지중추원사(同知中樞院事), 경창부윤(慶昌府尹), 중추원부사(中樞院副使), 한성부윤(漢城府尹)등을 역임했다. 묘는 파주시 원주김씨 묘역(파주시 진동면 초리산 213 / 파주시지정 향토유적 제31호)에 있다(출처 3). 유래비에 의하면 김을신 대에 개성에서 이곳 강서구(옛 양천현)로 이주해 정착했으며 측백나무는 손자인 김팽수가 심었다고 한다. 나무를 심은 유래를 기록한 글(식수기)이 남아있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고 한다.





나무줄기에는 치료를 받은 흔적이 남아있다. 400살이 넘은 나무인데도 잘 버티고 있는 게 존경스럽다. 처음에 대견하다고 썼다가 40살 먹은 내가 400살 넘은 고목에게 하기에는 무례한 말 같아 표현을 바꾸었다.





줄기 아래 버팀대도 받쳐져 있다.




나무 아래에는 씨앗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나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저 작은 알맹이들이 측백나무 씨앗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사진 아래쪽에 동글동글한 모양이 씨앗이다


씨앗이 빠져나가고 남은 열매(구과)가 꽃잎처럼 보인다.




측백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가 총 세 종류가 있다. 측백나무, 눈측백, 서양측백나무. 셋 다 측백나무과에 속하지만 속이 다르다. 측백나무는 측백나무속(PlaPlatycladus)이고, 눈측백과 서양측백나무는 눈측백속(Thuja)이다. 측백나무는 측백나무속에 속한 유일한 나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가 '대구 도동의 측백나무숲'이다. 1962년에 지정되었다. 5~7m 정도 되는 700여 구루의 나무가 절벽에 자라고 있다고 하니 장관일 텐데 지금은 공개제한 지역으로 지정되어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출처 4).



측백나무는 눈측백 및 서양측백과 열매와 씨앗이 달라서 구분하기가 쉽다.

측백나무의 열매(구과)는 뾰족뾰족 뿔이 달려있다. 익으면서 점차 갈색으로 변하고 터지면 그 안에 있던 타원형의 작은 씨앗이 나온다(아래 사진의 출처는 따로 표기하지 않으면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http://www.nature.go.kr/main/Main.do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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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눈측백은 어떻게 생겼을까. 잎의 뒷면이 하얗고, 열매는 꽃봉오리처럼 생겼다.


눈측백.jpg 잎의 뒷면이 하얗다
눈측백 열매.jpg 눈측백 열매, 출처: 이코리아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975



눈측백 씨앗.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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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측백 씨앗, 출처: 생명자원정보서비스 https://www.bris.go.kr/portal/main/main.do





서양측백나무는 아파트 단지나 공원에 많이 심겨있어 흔하게 볼 수 있다. 열매와 씨앗이 눈측백과 비슷하다. 측백나무는 잎의 앞면과 뒷면이 둘 다 녹색이지만, 서양측백나무는 잎의 뒷면이 황록색이다. 색깔만 가지고 구분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이때는 열매나 씨앗을 봐야 한다. 서양측백나무는 눈측백과 비슷하게 꽃봉오리 모양의 열매(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서 초록색-노란색-갈색으로 변해간다.


41975_51923_273.jpg 서양측백나무 열매, 출처: 이코리아 https://www.ekore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975



Eastern_White_Cedar_(Thuja_occidentalis)_-_Algonquin_Provincial_Park_2019-09-20.jpg 서양측백나무 열매, 출처: 위키피디아(영문) thuja occidentalis


occidentalis02.jpg 서양측백나무 열매, 출처: https://www.conifers.org/cu/Thuja_occidentalis.php




측백나무와 비슷한 나무로는 편백, 화백이 있는데 이 둘은 열매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잎 모양으로도 구분이 가능하지만 초보자들은 열매로 구분하는 게 제일 쉽다.


n화백나무와잎.jpg 화백나무 씨앗(열매), 출처: 사이언스타임즈(상세주소는 출처 5)



측백나무와 언뜻 헷갈리는 나무가 향나무다. 완전히 다른데 초보자들은 헷갈리기 쉽다. 측백나무는 잎이 납작한데 반해 향나무는 잎이 둥근 원기둥 모양이다. 향나무는 어린잎은 뾰족뾰족한 가시 모양이기에 한 나무에 뾰족한 잎과 둥근 잎이 같이 있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향나무다. 아래 사진도 보면 가시형과 둥근형이 같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60887_17481_277.png 향나무 잎, 출처: 아파트관리신문 http://www.aptn.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887





숲 체험을 나가서 나무 설명을 하면 아이들은 대개 지루해하고 어른들은 굉장히 집중해서 듣는다. 아이들은 정적인 식물보다는 동물에 더 좋아한다. 지루해하는 아이들에게 나무의 이름과 특징을 설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나는 숲 체험이 끝날 즈음에 이렇게 설명하며 마무리 짓곤 한다.

생태계는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생명체는 서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세상도 마찬가지다. 다양하다는 말은 다 다르다는 뜻이다. 다름을 알기 위해서 자세히 관찰하고 특징을 구분하고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평가하지 않는다.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설명하지 않고 예를 들어서 설명하지만 말이다(저렇게 설명했다가는 아무도 안 들을 테니).



저 나무가 측백이냐 눈측백이냐 서양측백이냐 향나무냐 화백이냐 편백이냐는 살아가는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정보다. 하지만 나무를 알기 위해 요리조리 뜯어보고 열매도 줍다 보면 그 나무가 온전히 눈에 들어오면서 이름이 떠오른다. 그 과정이 의외로 재미있다. 나무 하나로 즐거워지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화곡동 측백나무는 서울신정초등학교(서울 강서구 곰달래로31가길 27) 뒤쪽에 있다. 집 가까우신 분은 오며 가며 한번 들러보길 권한다.






출처

1. 산림청

https://www.forest.go.kr/kfsweb/kfi/kfs/fgp/bohosu.do?mn=NKFS_06_08_02&fileDownload=Y&dataType=/bohosu/2020_bohosu.zip&pblicDataId=PBD0000150&tabs=3&searchSrvc=&subTitle=&searchWrd=&searchCnd=

2.서울시, 서울시 보호수 현황(2019.12.31)

https://opengov.seoul.go.kr/public/view/?nid=20673690

3. 파주시

https://tour.paju.go.kr/user/tour/place/BD_tourPlaceInfoView.do?menuCode=57&cntntsSn=2095&q_gubun=thema1

4.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EB%8C%80%EA%B5%AC_%EB%8F%84%EB%8F%99_%EC%B8%A1%EB%B0%B1%EB%82%98%EB%AC%B4_%EC%88%B2

5. 사이언스타임즈, '편백' 맞수인 팔방미인 나무 '화백'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D%8E%B8%EB%B0%B1-%EB%A7%9E%EC%88%98%EC%9D%B8-%ED%8C%94%EB%B0%A9%EB%AF%B8%EC%9D%B8-%EB%82%98%EB%AC%B4-%ED%99%94%EB%B0%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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