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비단노린재와 남방부전나비

엄마랑 딸이랑 곤충이랑

by 정지영

오랫동안 곤충채집을 안 하다가 자의 반 타의 반 재개했다.



7월 첫 주 어느 날, 수업 주제가 거미여서 아침 일찍 거미를 잡으러 근처 어린이공원으로 갔다.


내가 원했던 건 커다란 무당거미나 긴호랑거미였는데 큰 거미가 없었다.


커다란 거미 잡으려고 벅스캐처 라는 도구도 구매했는데 말이다(무서워서 도저히 손으로는...)


회양목에 이름 모를 작은 거미가 천지삐까리였는데 작고, 재빨라서 잡을 수가 없었다.


거미가 무서워서 곤충 통으로 잡다 보니 기동력이 떨어진 게 원인일 듯.


우째우째 두 마리를 잡는데 성공했다(사진은 한 마리만 찍었다). 덤으로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도 포획.


20220701_150254.jpg 무슨 거미인지 모르겠지만 배 무늬는 산왕거미가 비슷했다. 통 안에서 탈피했다. 오른쪽 나뭇잎 사이에 허물이 있다



20220701_150417.jpg 미국흰불나방 애벌레, 매미나방 애벌레와 비슷하게 생겼다




집에 오니 아이는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냐며, 기다리다가 울 뻔했다며, 재미있는 곤충채집을 왜 혼자 했냐며


입이 댓 발 나오기 직전이었다.


그래서 다음에는 같이 가자고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다.



말이 씨가 되어


그날 이후 별 다른 일 없고, 날씨가 괜찮으면


매일 어린이집 가기 전에 어린이공원에 들러 10~15분간 곤충채집을 하고 있다(현재진행형).


어린이집 바로 앞에 어린이공원이 있어서 벤치에 가방 던져놓고 곤충채집(겸사겸사 놀면서)을 한다.


이날은

홍비단노린재를 잡았다. 짝짓기 하는 걸 잡아왔다. 미안.



홍비단노린재, 두 마리 색깔이 좀 다른데 변이인지 암수 차이인지 모르겠다. 북쪽비단노린재와 비슷해서 혼동할 수 있다.



남방부전나비



아이는 다이소에서 2천 원에 산 잠자리채를 열심히 휘둘러서 남방부전나비를 한 마리 잡았다.


날개를 펼치면 청색이어서 구분하기가 쉽다.



도감으로 확인해보니 맞다. 너는 남방부전나비




잡은 곤충은 채집통에 넣어서 다른 친구들과 보라고 아이 손에 들려서 어린이집에 보냈다.


아이는 신나서 갔다.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내가 생태강사인걸 알고 계시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곤충을 잡으면 이렇게 들려 보낸다.


곤충을 놓아줘야 하니 하원할 때 꼬~옥 갖고 오게 한다.


포획한 곤충들은 당일 오후 무사히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여름에는 곤충이 천지다.


7월 초에 여의도 물빛공원에 갔더니 사마귀가 많았다.


1령~3령 정도 되는 사마귀가 사람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고 다니고 있었다.


3령 정도 되어 보이는 사마귀를 잡아와서 역시나 어린이집에도 보냈다가


공원에 놓아주었다. 아쉽게도 사진을 안 찍었다. 잘 살고 있니... (아련~)



한 주 뒤, 서울 식물원에 물놀이 갔다가 큰흰줄표범나비를 봤다.


생각보다 커서 놀랬다. 나방인 줄 알았다.


꿀에 취해서 불법촬영 당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사람이라면 자나깨나 음주 조심, 나비라면 자나깨나 음말 조심


서울식물원에서 찍은 큰흰줄표범나비



평소 사진을 참 안 찍는다.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며칠전 안양천에 같이 물놀이 갔던 다른 엄마가


둘이서 하루 종일 애들 사진 하나 안 찍었다며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하냐고, 애 사진 안 찍냐고 물어서


핸드폰에 애 사진보다 곤충 사진이 더 많다고 농담을 했었다.


팩트체크를 하자면 당연하게 아이 사진이 훨~~~씬 많지만


최근에 한 달간 찍은 사진을 보니 웬걸, 곤충 사진이 더 많았다.


여름~가을은 곤충 성수기이니 당분간 곤충 사진이 더 많을 것이다.


종종 아이 사진도 찍어야겠다. 이렇게 쓰고 나니 아이가 곤충한테 밀린 것 같아 내심 미안하긴 하다.


이해해다오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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