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2016~
2016년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언제 끝날지 기약 없는
주말부부 & 오뚝이 육아 주 양육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처음엔 '독박육아 주 양육자'라고 썼다가,
가만히 제목을 바라보니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뚝이 육아 주 양육자'로 고쳤습니다.
'오뚝이'가 뭔지 아시지요?
챗지피티한테 하나 그림으로 만들어달라 했더니, 금세 뚝딱! >. <
이렇게 생겼습니다. 옆으로 기울여도 스스로 발딱 일어나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고백해 보자면, 아이를 키우는 내내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는 주변 부부들을 볼 때마다 너무너무 부러웠습니다. 머리로는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하셨으면 됐지, 어떻게 손주 육아까지 기대해' 생각하면서도. 아이가 수족구에 걸리고, 각종 등원(등교) 중지 전염병에 걸릴 때마다
'아. 아플 때만이라도 도움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났습니다.
아이가 2013년에 태어났으니까
2016년, 이제 막 세 돌 지났을 무렵
남편이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에 새롭게 취직을 했는데 업종 특성상 관련 회사들이 모두 집과 반대쪽, 서울 가산동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도 출근시간이 대중교통으로도 2시간, 자차로도 2시간.
그래서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며 초반 1~2년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야 이동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줄어들거든요..)
일을 시작했을 때 남편 나이가 이미 삼십 대 후반. 취업한 분야 관련 대학 졸업을 한 것도 아니었고, 경력은 더더욱 전무. 정말 아무것도 없이 백지상태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증명하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남들의 몇 배로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장에서의 입지는 점점 나아졌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하는 업무량과 책임감도 늘어났고, 야근과 주말 근무도 늘어났습니다. 일이 너무 많으니까 이동 시간만큼 수면&휴식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직장에서 법인 카드 사용을 허락받은 후부턴 주중에는 회사 근처 비즈니스호텔에서 자며 생활하고, 금요일에 오다가, 최근 1~2년 사이엔 토요일 밤늦게나 집에 와서 정신없이 자고, 일요일 점심 한 끼 가족이 함께 먹고 나면 바로 출근. 이런 생활을 2016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남편이 바깥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안, 저도 집과 일터에서 동동거리며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어쨌든 업무 강도가 남편만큼 힘든 직업이 아니니, 당연히 그리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엄마인 제가 아이 양육을 전담하는 주 양육자 역할을 맡았지요.
집안일?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거의 없는 남편에게 기대하거나 요구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 제 몫. 아이 학원 스케줄 조율도, 아이 아플 때 연차를 쓰고 나와 병원 순례를 하느라 녹초가 되는 것도 모두 엄마인 제 몫.
한 번은 아이가 먼저 독감에 걸렸는데, 당연히 저도 옮을 수밖에 없었고 증세가 시작되자마자 느낌이 왔습니다. 이거 예사 독감이 아니네? 열이 오르기 시작하는 데 해열제를 먹어도 잡히지가 않아 덜컥 겁이 났어요. 운전할 힘도 없어 혼자 택시를 타고 동네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은 뒤에야 열이 내렸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출근을 했어요.
시시때때로 주저앉고 넘어졌는데, 그때마다 결국 툭툭 털고 혼자 일어나야 했습니다. 오뚝이처럼.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걸어가야 했어요. 아이한텐 저밖에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제 마음이 자갈밭이라, 그동안 남편한테 모진 말을 참 많이 했습니다.
"당신은 우리 옆에 없잖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해야 하는 수많은 노동들.. 가사노동, 돌봄노동, 기획노동... 내가 다 하잖아. 내가!"
스스로, 단전 깊은 곳에서 폭발하듯이 올라오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남편이 부럽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나도 내 한 몸만 챙기면서 직장에서 열과 성을 다해 일해보고 싶다. 애 걱정 없이, 집 걱정 없이! 나도 동료들과 회식할 때 애 걱정 또는 애와 동행하지 않고 자유롭게 회식하고 싶다! 등등 등등.. 끝도 없습니다.
그러다 결국 저한테 심한 번아웃이 왔고, 남편한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나 더 이상은 못하겠어. 쉬고 싶어."
(저희 집도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맞벌이가 필수인 집이기 때문에, 남편 입장에선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 생각했어요. 남편이 반대했어도 쉬었겠지만, 마음은 엄청 불편했겠죠.)
제 딴에는 거절당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던진 말이었는데, 이럴 수가.
"그래. 쉬어. 힘들면 쉬어도 돼." 이렇게 말해줬어요.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결혼한 뒤 처음으로 남편 카드를 쓰며 생활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보니 확실하게 깨달았어요. 저는 힘들어도 일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남편 카드 쓰는 삶 너무 불편해!) 시간에 여유가 생기니 마음에도 여백이 생기고, 남편에게 고맙다는 말도 자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편! 외벌이 가장 노릇하느라 너무 고생이 많아. 나에게 쉬어가는 사계절을 선물해 줘서 정말 고마워."
❤️저는 제가 지나온 감정의 소용돌이, 분노와 억울함의 시간들이 제가 '여자', '엄마'이기 때문에 느낀 특별한 것들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마든/ 아빠든 누구라도 집에서 '주 양육자'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들이라고,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거나 자꾸만 다그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마찬가지로 엄마든/아빠든 '바깥양반'의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배우자에게도 차마 다 말로 표현 못할(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너무 막막해서 말을 못 하겠을 때가 있거든요) 본인만의 아픔과 고통이 있답니다.
오늘 밤은 서로 '고생이 많아, 항상 고마워' 이야기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시길. 일주일 중 제일 길게 느껴지는 월요일이 지나갔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