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태 노동에세이
Aloha!
2026 딴짓살롱 준비 중,
부지런히 읽으며 쓰고 있는
나로작가입니다.
일, 노동에 관련된 책을
다양하게 읽기 위해 노력 중인데
여러 방면에서
생각이 깊어지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400페이지가 넘고
페이지 당 글자 수도 많은 편.
내용들도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완독 했고,
여러분도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책들이,
더 많이 세상에 나오면 좋겠습니다.
[전화받다]
'미백 크림보다는 항우울제가 더 효과가 좋을 것 같은 인상. 5년 이상 일한 직원들 역시 저 정도면 산재로 인정받겠다 싶을 만큼 안색이 어두웠다.
전화 상담사라는 일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이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고객의 말에 난타당해도 버텨낼 수 있는 심리적 맷집을 기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운반하다]
'까대기 할 때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몸에서 물이 샌다. 줄줄 샌다. 누수. 부지런히 물을 마시지 않으면 일하다 탈수 증상으로 쓰러질 수 있었다.
욕지기가 올라올 정도로 움직이는 와중에 한 가지 깨달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나는 이 일은 못한다. 계속하면 나는 죽는다. 까대기는 미련 갖지 말자. 시도했고 버티기는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민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까대기는 몸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남은 수명을 팔아서 돈을 버는 일. 자신의 육체 안에 품고 있던 생명력을 레몬즙 짜듯이 쥐어짜서 그 대가로 먹고사는 일이다.
물류센터에서 내가 가장 놀란 점은 까대기 하는 사람 중에 우울해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다. 이것이 내가 일터를 전전하는 동안 경험한 최고의 미스터리였다. 나이 상관없이 다들 밝고 자신감이 넘쳤다. 이 일을 통해 그려볼 수 있는 미래가 너무 뻔한데도 그랬다.'
[요리하다]
'문제는 주방 일이 내 일과 남의 일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자기 일이 있지만 각자의 영역이 피자 조각처럼 깔끔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치즈가 늘어나듯 이 일과 저 일이 이리저리 걸쳐 있을 때가 많다.
영업을 하지 않는 날일지라도 재료 준비 때문에 잠깐이라도 주방에 들러야 할 일이 꼭 생긴다. 일이 많으면, 갑자기 빠지는 사람이라도 생기면 쉬는 날에도 나와야 한다. 급하게 당장 달려가야 해서 쉴 때도 식당 반경 몇 킬로 이상은 벗어나지 못한다.'
[청소하다]
'사람은 두 번씩 죽는다. 자신의 인생을 정의하던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어 삶의 의미가 사라졌을 때 사회적 죽음이 온다. 사람들이 직업 전선에서 겪는 위기는 경제적 위기 아니면 실존적 위기다.
늙어서 고생 안 하려면 지금 네가 60대라고 생각하고 살아. 이렇게 콘크리트로 된 건물도 비가 새고 벽이 떨어져 나가는데 몸은 오죽하겠냐?'
[쓰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 외쳐서는 어떤 이의 가슴도 뚫고 들어갈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고민을 하게끔 만드는 지점에 서게 하는 것이다. 논픽션은 공동체의 투병기여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육체의 상처와 고통뿐 아니라 세대와 시대가 앓고 있는 병을 고백하는 글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작가의 역할은 고름이 질질 흐르는 환부가 되는 것이다. 자신의 못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작가로서 정확해질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는 글로 세상을 상관있게 만들고 싶었다. 한국어에서 가장 공격적인 단어가 바로 '상관없어'라고 믿었다. 칼이나 총은 사람을 죽이지만 '나랑 상관없어'는 관계를 죽이고 환경을 죽이고 세상을 죽인다고 믿었다.
세상은 오늘도 날카로운 한기로 사람들을 몰아세운다.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하리라. 다가오는 시간은 지금보다 아주, 아주 많이 더 추우리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