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목로 Feb 21. 2019

팔 굽혀 펴기 애완 혹은 애환

매일 하루에 50개 이상은 하자

지난 십수 년간 팔 굽혀 펴기를 애완해 왔다. 군대 있을 때 처음으로 꾸준히 팔 굽혀 펴기 하는 것의 효능을 체험하고, 그 뒤로 10년이 넘게 유일하게 하는 맨손 운동으로 일상에 자리매김을 하였다.


자주 할 때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빠트리고, 그러지 못할 때는 한두 번 정도만 한다. 연속 몇 주를 그렇게 뜸하게 한 적은 없었다. 계속 안 하면 여러모로 티가 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


여러 가지 효능이 있지만, 그중에 제일은 아무래도 자세 교정이다. 의자에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진다. 서서 활동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등은 굽고 허리는 비틀어지고 어깨는 움추러든다.


한 번 할 때 스무 번씩, 보통 세 차례 정도는 한다. 그러면 총 50회 이상은 하게 된다.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하기 때문에 수축과 이완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더할 나위 없는 운동이 아닐 수 없다.


운동하는 데 시간도 안 걸리고 장소의 제약도 별로 없다. 어디서든 15분 정도만 짬을 내면 바로 엎드려서 팔을 굽혔다 펴면 그만이다. 땀날 정도도 아니기 때문에, 옷을 따로 준비하거나 샤워를 해야 할 필요도 없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힘들 뿐이다. 그 잠깐의 시간도 따로 내기 힘든 날들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황급히 밖으로 나가서 계속 사람들이랑 같이 있다가 밤에 녹초가 되어 돌아오면 그날은 건너뛰는 것이다.


운동은 결국 귀찮아하지 않는 자의 구역이다. 애완에는 애환이 따른다. 팔 굽혀 펴기처럼 가소로운 운동을 가지고 무슨 애환까지 따질 것인가. 하지만 이것이 매일의 습관이 되려면 당사자에게는 애환이 아닐 수 없다.


어디 팔 굽혀 펴기뿐이겠는가. 애완에는 기쁨도 따르지만 슬픔도 따라붙는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려면 그만큼 힘이 들고 이것은 하나의 슬픔이 된다. 몸을 일으킬 때 그 슬픔은 더욱 두렷하다.  


십수 년 동안의 벗이나 다름이 없었으니 그 기쁨과 슬픔에는 일정한 내력이 깃들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