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르샤 Dec 11. 2019

면접에서 폭망하고...

나르샤의 새로고침 프로젝트

   나는 13년된 수학강사이다.  2011년 둘째 출산 전까지 학원의 칠판 앞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교실에서의 내 모습을 나는 참 좋아한다^^ 전업주부로 첫아이, 둘째아이를 집에서 품에 껴 안아 키울 수 있었다. 워킹맘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런데 그때도 그냥 쉬지만은 않았었다. 나에겐 나의 이름으로 일 하는 시간이 필요했던것 같다. 성내 초등학교 사고력 수학 방과후 교사로 3년을 가르쳤다. 24개월 된 둘째를 아이돌보미에게 맡기고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에 학생들을 만났다.


   그리고 용산구로 이사를 오면서 집 근처의 학교에서 창의수학 교사 모집광고를 보았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창의수학 교사로 면접을 보러 갔다. 수업 대상은 1~2학년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자신있었다.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해 왔었기에~~~ 그리고 수업을 쭈욱 해 왔기에.

그런데 면접 시작시의 나의 목소리에는 숨이 차 있었다. 목소리가 또렷하게 나오지를 않는다. 나의 PR을 하고 있지만 자신감은 어디에 가 버렸는지 스스로의 말이 주절 주절처럼 느껴진다. 이런 면접 자세가 처음이라 내가 나에게까지 어색함이 느껴진다.


   앞 전 방과후는 왜 그만뒀는지 물었다. 방이동에서 용산구로 이사오면서 그만 두게 되었다고 말씀 드렸다. 수긍도 하시는 듯 했다. 그런데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필요 없는 이야기를 덧 붙인다. 한 학교는 폐강이 되었다고 말이 나왔다. 당연히 면접자는 폐강된 이유를 물어본다. 답변이 그리 쉬원하지 못하였다. 인원이 5명이었다.

또 그 이유를 묻는다. 이 면접의 분위기는 내가 판 나의 함정이었다.


  커리 큘럼에 활동위주의 수학을 표현하려고 팝콘공을 넣었다. 수업 교안에는 오각형 설명이라고 되어 있다.

교장선생님은 오각형을 1,2학년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물었다. 난 갑자기 아무말도 못한다.

저학년의 커리에 이렇게 넣어온 것은 그냥 베껴온것 아니냐고 다시 질문한다. 한참을 있다가 말했지만

나 스스로 변명을 한다는 기분이 들어서 다른 설명을 붙이지 못했다.


  어디서의 자신감 결여였을까? 이렇게 면접을 보고 오면 한 없이 가라 앉았다. 기분 좋을 일이 없지 않은가...

이런 날은 그냥 저녁에 시켜먹어야 하고 내 기분에 한없이 빠졌들어있었다.  부끄러웠다. 나의 경력에 내가 생각하는 면접의 자세는 아니올시다 였다. 찜찜한 기분, 답답한 기분, 나의 이야기를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한 후회하는 마음이 이리 저리 얽혀져 있었다. 과거의 나 였다면 오늘 남은 시간들은 내 기분에 끌려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러라도 평소의 일을 손을 놓지 않고 집에 와서 방을 닦고 저녁을 준비한다. 아이들이 오기전에 남산을 1시간동안 걷다가 왔다. 어찌할 것인가. 엎드려진 물을~~~~


  팝콘공 커리는 당연히 1,2학년 커리이고, 이것은 A단계 12권, B단계 12권중 B9권에 있는 커리이다.

삼각형 사각형은 2학년에 나오는 커리이다. 다른 학교 면접에서는 이렇게 시연을 했엇다.  A단계 12권의 커리를 보여드린다. 점, 선, 면, 입체를 설명하는 방법을 시연한다. 선은 점의 이동한 자취로써 들고 갔던 교구로 설명한다.  선분도 초등학교 2학년에 나오는 개념이기 때문에 5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다각형을 오각형이라고 설명하면 된다. 다각형 설명은 항상 여러가지 모양을 준비해서 간다. 곡선이 있는 다각형등 여러도형을 보여주고 친구들과 o,x를 구분하여 본다. 이런 수업들이 설명이 당연히 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설명에 가능한 교구들은 그 자리에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는 1학년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개념을 내가 먼저 설명하는 것에 대한 잘못된(?)것 처럼 초점이 맞춰져서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다. 1학년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역시 나 스스로의 자신감 문제였던 것이다.


  나에게 감사한것은 오늘 이렇게 면접을 보고 와서 수업 계획서의 설명과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면접을 보지 못했다. 그 점을 고쳐야 할 문제점으로 받아들였다는것이다. 다음에는 면접전에 커리를 짜 갔던 수업 내용을 한번 더 숙지해가면 될 것이고. 앞 뒤 구성이 염려가 된다면 내 마음부터 수긍할 수 있게 설명을 추가해서 가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목소리는 조금 더 자신있게 나 올것 같다. 오늘의 문제의 수렁에 빠지지 않은 내가 나에게 고맙다.


  마음을 추스린 저녁, 면접을 본 초등학교의 보안관 선생님께서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내가 학교방문증을 가져간 것이다. 방문증이 내 가방 안에 있다. 우체국에 가서 빠른 등기로 보내어 드렸다. 이틀뒤 방문증을 받으시고는 너무 고맙다고 전화를 하셨다. 그리고는 합격을 기원합니다라는 응원을 하여 주셨다. 이 또한 감사하다. 나를 뽑지 않은 학교라고 다시는 보지 않겠다는 마음이 아닌 통 크게 행동한 것 같아 내가 좋아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이름은 '송귀옥'이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