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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Dec 11. 2019

내가 만든 짜장떡볶이가  식탁에서 홀로 굳어간다.

나르샤의 새로 고침 프로젝트

  방학 동안에 있었던 일이다. 두 딸은 아침 10시에 외부에서 모임이 있다.  9시 30분이 되어서 아이들을 깨웠다.  한 명씩 침대에서 천천히 나왔다. 아이들이 씻고 머리를 묶고 나갈 준비를 한다.  아침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 떡볶이를 만들었다. 떡을 넣고 소스와 야채를 볶았다. 특별히 큰 딸이 좋아하는 숙주도 넣었다. 어제 만들어둔 짜장소스에는 고기도 들어있다. 둘째는 떡 두 개를 먹었고  첫째는 목이 아프다며 아침을 먹지 않았다.  아이들은 바삐 나갔고 나는 주방 정리를 끝내고서야 거실의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식탁 위의 짜장 떡볶이가 나의 눈에 들어온다.  속에 든 떡국 떡이 얇아서 빠르게  굳어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분주하게 만든 식사가 초라하게 보인다. 내가 노력을 많이 하여 이뤄낸 일들을 누군가가 알아주지 못하면 그 섭섭함은 배가 된다. 남편을 불렀다. 같이 먹자는 나의 말을 남편은 들었다. 그러나 남편은 들은채 만채 계속 잠만 잔다. 나는 떡볶이 앞에 앉았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르샤는 내심 섭섭했다.  떡볶이 그릇에서 굳어 있는 떡만 골라내었다. ‘남아 있는 짜장 소스와 야채와 밥을  볶아서 맛있게 먹어야지.` 내가 만든 요리가 가족들에게 선택 받지 못해 마음이 아픈 대로 내버려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스와 야채에 밥을 맛있게 비벼 먹는 쪽을 나는 선택했다. 숙주의 아삭아삭함이 기분 좋다. 생각보다 꽤 맛있다.      


  이렇듯 상황은 모두 같은데 내가 선택하는 방향은 기분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나는 딱딱한 식어버린 떡의 슬픔을 택하기보다 내가 맛있게 먹고 기쁠 수 있는 쪽으로 선택했다. 처음 굳어 있던 떡은 차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맛있게 먹은 짜장 덮밥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앞으로 그 온도차를 느끼며 나는 따스한 쪽으로 생각하고 나의 상황들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렇게 나는 주어진 내 삶을 주체적 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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