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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Dec 11. 2019

육아 덕에 엄마 인생 새로고침 하겠습니다.

프롤로그

  작가가 되고 싶다.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그냥 막연하게 책 쓰고 싶다는 생각만 한 것은 아니었을까??


  육아를 기록하면서 내가 좋았던 점이 있다. 처음 육아 일기를 썼을 때와 나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주변의 엄마들에게 일기의 중요성을 말하는 전도사가 되었다. 추천은 아주 많이 했지만 실제로 지금까지 나와 함께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은 몇 명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할 것이다. 나의 주변 사람 말고도 엄마라는 이름의 많은 이들에게 전파하고 싶다. 일상을 기록으로 남겼을 때의 힘을... 육아 그만두지 않고도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그런 전도사 같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일상이 전쟁터 같았다. 엄마 역할로 하루에 해야만 하는 목록들에게 찌들어 있었다. 이 닦아 주는 것, 씻겨 주는 것, 아침에 어린이집 가는 준비시키는 것(밥 먹기, 내의 입히기, 위아래 옷 입히기, 로션 바르기, 머리 묶어주기 등등), 5살 터울인데도 아이 둘이서 싸우는 일상 등은 정말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둘이서 싸우고 엉엉 울면서 내 품을 차지하려던 그때가 한 번씩 그립기도 하다. 시간이 지났으니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귀한 아이들을 내 품에 끼고 있던 그때가 나의 성장 시기였다.


  내가 볼 수 없던 시선, 할 수 없던 질문,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준 아이들과 부비부비 하던 그 시절이 으로 행복했다. 일상을 귀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육아가 나를 탈탈 털어가는 줄로만 알았던 그 시절에 하나씩 들여다보며 그 일들을 기록해서 나를 풍성하게 만들어준 그 시간들은 감동이었다.  


  나는 둘째가 9살인데도 너무 귀여운데, 꼼지락꼼지락 아이부터 자기 의견 많은 5-6세, 다 큰 것 같은 7-8세 아앙~~ 아이들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명언 같고 귀하고 사랑스럽다.  지금은 각자의 이불을 덮고 작은 방에서 부모와는 따로 잠을 잔다. 글쓰기의 처음 목적은 두 딸에게 성장의 모습을 책 선물이었다. 그러나 이젠 나의 보물이 되었다. 이 기록들은 나의 백그라운드가 되었다.

 

  동네 엄마들을 만나면 주요 이야기가 아이들이다. 다른 엄마가 자기 아이의 힘든 점을  이야기하면 우리 아이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하게 된다. 무슨  힘들게 하는 아이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내 아이의 어려움이 더 큰 것으로 이야기를 마쳐도 내 마음은 좋아지지 않는다. 타인이 내 아이를 칭찬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는 엄마, 왜 그랬을까??? 겸손이 미덕이라 생각하고 칭찬하는 이야기들을 반사하고 방어하였다. 그것을 깨닫게 해 주었던 것이 글쓰기이다.


  하루의 일을 정리를 하다 보면 나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내 마음에 없는 말을 했던 것이구나. 내 아이의 칭찬이 어색하고 부끄러웠던 것이구나. 엄마인 내가 그 칭찬을 감사하게 받아들이자. 내가 아이의 안티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아이 키우는 14년 동안 나에게 소소한, 특별한 일상들을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반성하는 곳, 좋은 기억을 머물게 하는 곳, 서운함을 토로하는 곳,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은 쏟아 내어 놓는 곳, 일상의 신비함을 잠시 메모해 두었다.  10여 년 동안 일상을 기록한 일을 강의로 만들었더니 한 선생님께서 세바시에 나가도 되겠다는 칭찬을 해주셨다. 이렇게 개인적인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구나를 알게 되었다.

  


  아이들의 일상생활들을 기록한다. 처음 이가 빠졌을 때, 가족이 함께 놀다가 엄마가 잘 놀지 않으니 아이가 놀이시간 연장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일, 눈감고 귤을 아이 입에 넣어주며 깔깔깔 웃으며 해피바이러스가 전해진 일등 아주 일상적인 일이었다. 엄마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글도 썼다.


  부모 교육을 많이 듣다 보니 결국은 나에게로 초점이 맞춰졌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것이 없으니 이리저리 휘둘리고 불안했던 것이다. 일상에서 느껴지는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글로 적어두었다. 차츰 나의 취향과 생각,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렇게 나의 가정에서 웃을 일이 많아지니 우리 집 문화도 생겨났다. 가족이 한 자리에 있으면서 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반응을 할 수 있는 것이 이 시대에는 축복이라 말하고 싶다.


  어쩌다 엄마가 되었지만 이 아이들은 나를 최고의 엄마라고 부른다. 지금 소중한 일상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엄마들에게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uniqe 한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를 원합니다. 지금 이 순간 육아를 하는 덕에 작가가 된 송귀옥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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