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르샤 Dec 18. 2019

내 이름은 '송귀옥'이오!!

나르샤의 새로고침 프로젝트

  방송통신대학 시험 준비를 위해 인쇄소에 전화를 한다.  기말고사 기출 문제와 강의록 제본을 주문한다.  오늘 오전에는 꼭 주문을 해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  통화음이 끝나고 아저씨가 전화를 받는다.  오전 8시 50분이다.

아저씨:  "여보세요" 

나     :  "기출문제 주문하려구요"

아저씨:  "네.~ 성함은요?"

나     :  " 송귀~~옥입니다" 귀 자에다가 힘을 주고 말하였다.

아저씨:  " 귀할 귀 할 때 귀입니까?"

나     :  "네"


  이런 날이 오다니. 특별할 일이 없는데 왜 나는 무엇에 놀랐을까?  사실 내 이름은 발음상 너무 어렵다. 특히나 전화상의 내 이름은 상대편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확인차 이름을 사용해야 할 때면 큰 아이의 이름을 대신 사용한다. 여러번 내 이름을 고쳐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이다. 내가 "송귀옥입니다"라고 말하면 홍지옥이라고 쓰는 건 기본이다. '송'도 못알아 듣고 '귀'는 더더욱 못알아듣는다. 그러다 보니 이름을 발음하는 기회가 없었다. 그것도 전업 주부가 된 이후는 이름을 물어보는 곳도 사라져갔다.


  어떤 계기였는지 정확하게 기억 나지 않는다. 이름을 이젠 내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사를 한 후 용산도서관 독서회에서 이름을 소개하는 자리가 있었다. "귀한 구슬이라고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 송귀옥입니다" 이름을 이렇게 말하니 알아 듣기도 쉬워하고 특이하여 기억하기도 쉽다고 피드백이 왔다. 연륜이 조금 있으신 분들이 나의 이름을 참 좋아하신다. 귀남이 동생 느낌이 나는 것일까?  우리 할아버지가 40대 정도는 되어야 어울리는 이름을 나에게 지어주셨나보다. 그동안 아껴주지 못한 이름에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이후 모든 곳에서 나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못 알아들으면 두번을 말한다. 두번도 못 알아들으면  송나라송, 눈코입귀, 구슬옥이라는 설명도 붙였다. 처음엔 여섯번은 고쳐야 내 이름을 받아적더니 계속되는 연습으로 나의 발음도 교정이 되었나 보다.  '귀'자는 조금 길게 발음을 해야 '기'와 헷갈려하지 않는다. 이름 부르는것이 익숙해지다보니 생각보다는 수월하게 두 세번의 교정으로 송귀옥을 상대방이 듣고 기록한다.



그러더니 드디어 오늘*^^* 단 한번의 막힘 없이. 그것도 내가 하는 설명까지 똑 같게^^ 이런 기분이 처음이라 기념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나의 이름을 내가 아끼고 챙겨주고 사용했더니 다른 이들도 잘 부르게 된 것 같다. 특이하기로는 서럽지 않은 나의 이름 송귀옥 세글자!! 할아버지 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귀한 구슬로 빛나고 이쁜 이름에 어울리게 살게요. 감사합니다. 당당하게 내 이름 석자. 알리고 다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실수를 확대 해석 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