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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Sep 10. 2020

실수를 확대 해석 하지 않는다.

엄마의 인생 새로고침 프로젝트

 남편, 애들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여야 겠다는 생각으로 한식 조리학원에 다녔다.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딴 후 이 자격증을 어떻게 일로 연결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배식 알바 안내지를 보았다. 시간은 아침 9시 30분 부터 2시까지. 학생들 방학 동안은 휴무, 중간 기말고사 1주일씩 휴무 7300원. 4대보험 유



 방학 때 우리 아이들만 집에 두지 않으며,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계획을 세웠다. 4시간 30분 동안 배식을 할 일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하러 나가서 상황을 본 후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 이 정도의 무지함으로 일을 시작했다.

첫날 영양사가 나를 보고 “일은 할만하실 꺼예요. 했는데 이틀 뒤 ”생각보다 일이 어렵죠!“로 말이 바뀌었다.



나는 선생님 급식실에서 배급을 혼자 담당하였다. 음식 조리는 학생 급식실에서 하고 그곳으로부터 7M 떨어진 곳에서 선생님의 급식실이 있다. 나의 업무는  학생급식실에서 그날의 요리를 선생님 급식실로 가져와서 세팅하고 배식하고 정리하는 일이었다. 출근한 후 급식실의 바닥을 쓸고 닦고, 식탁위도 닦는다. 급식대에 물을 끓여 놓는다. 학생 급식실 조리실로 가서 그날의 75인분의 음식들을 카트에 담는다. 움직이는 큰 카트가 잘 조절되지 않는다. 오갈 때 다치면 나의 손해라는 이야기와 함께 안전하게 조심히 밀고 끌어라고 했다. 혹시 80명의 선생님이 오시는 날은 학생 조리실로 열심히 달려가 부족분을 가져와서 다시 배식을 한다.


  먹는것에 통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놓는것이 정갈한 것인지, 메인 음식의 사이드는 무얼 준비해야하는지 센스가 없었다.  예를 들면 비빔밥에 양념장이 필요하다는것을 메뉴얼로 봐야 알겠다. 닭계장이 나갔던 날 나는 식사하는 선생님들만 아는 실수를 했다. 국통 아래에 닭고기들이 가라앉아있었는데 멀금한 국만 퍼드렸다. 나중에 남은 국물을 따라내는데. 엄청난 닭 살이^^  이런 실수는 조용히 넘어갔다.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나날들 같았다.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식이란 노동은 4시간 30분을 꽉 채워 일을 했다. 식탁을 닦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줄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냥 헹주 질 몇 번이면 된 줄 알았는데 계속 남아있는 이물질이 보인다. 76그릇의 사골국을 담고 나면 팔과 어깨가 빠져 나갈것 같다. 단체 급식의 국 담는 보온병은 아래가 깊다. 아래에 있는 건더기를 끌어 올려서 국을 드리는 과정은 이렇다. 긴 국자를 휘휙 저은 후 국을 담고 기다란 국자를 통에서 빼내어야한다. 그리고 사골 그릇에 담는다. 세번을 퍼 담아야 한 그릇이 나온다. 모두 식사를 하고 돌아가면 하루 무사히 일을 끝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쉽게 이야기한다. 밥이나 퍼러 갈까? 김밥이나 말러 갈까? 말하고 싶다. 일을 직접 해보고 난 뒤 겸손하여진다. 얼마나 무지한 말이었는지를, 얼마나 상처가 되는 말이었는지를......




 한 번은 우동탕을 배식하다가 일이 생겼다. 나는 그릇을 선생님께 건네었고, 그릇을 받는 분과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그릇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 졌고, 우동은 식판에 엎어졌다. 선생님의 옷에 국물이 흘러내렸다. 순간 울컥했다. 뒷 줄에는 다른 선생님이 식판을 들고 기다리신다.“자리에 계시면 우동을 가져다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서계신 분들에게 마져 국을 퍼 드렸다. 그리곤 우동과 면에 건더기 국물을 가득 담아 가져다 드렸다.



  음식물이 뒤덮힌 바닥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쏟아진 순간 아마도 선생님이 안 좋은 말을 한마디 했다면 기분은 더 아수라장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나의 죄송하다는 말에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셨다. 또 다행히 선생님의 옷은 방수가 잘 되는 등산복 재질이었다. 빠알간 김치찌개 국물이 아니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서 음식이 쏟아지고 음성이 높아지는 일이 떠올랐다. 호텔에서 일하는 언니가 말하길 그곳의 손님들이 기대 서비스 심리가 높다고 했다.



나름 “밖에 일을 하러 나 왔으니 이런 일도 생기지... 문제가 일어났으면 해결하면 되는거지”하는 생각했다.  돈 몇푼 벌러 나왔다가 우동 그릇을 뒤 엎어 버리고, 조심성 없이, 니가 그렇지. 좀 잘주지 등등의 나를 비하하는 해석을 하지 않아 감사하다. 옆에 있는 분에게 오늘의 일을 말하니, 그릇을 각자 선생님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선반 아래에 놓아두는게좋다고 했다. 일이 생기면 대부분이 내가 잘못한 것이 되기 때문에 애초에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써야한다 했다.


 일 마치고 나오는데 일을 같이 하는 언니가 “혼자서 해 낸다고 애쓴다” 그말에 마음이 조금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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