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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Jul 28. 2020

친구들아! 나 여기있다.

(글쓰기 주제가 "내 생애 가장 부끄러웠던 일 혹은 순간"이었다.)

 초 6때 졸업사진이 2017년에 슝~~하고 카톡으로 날아왔다. 초등학교 동기 둘이서 미국에서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하다가 이 사진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단다. 그러다가 귀옥이는 어디있냐고 묻는다. 너 나랑 같은 반 아니었어? 같은 반이었는데 찾을 수가 없단다. 쉽게 찾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이 사진을 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보존 될 사진일 줄 알았다면 그냥 사진사 아저씨라도 처다봤을 텐데, 지금까지도 따라다닐 사진인 줄 누가알았겠는가. 이 사진만 보면 부끄럽다.


그날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있다. 졸업사진 찍는 날이라 예쁘게 해서 가고 싶었나보다. 평소에 하지 않던 머리 스타일이다. 올 빽! 엄마가 깔끔하게 해 주려고 평소의 머리 스타일과 다르게 묶어 주었다. 앞머리를 모두 올린 반 머리 스타일이다. 이마를 처음 드러낸 어색함에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엄마와의 실랑이로 기분이 아주 나쁜 상태로 등교를 했다.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에 친구들은 신경 좀 썼다며 이야기를 해댔다. 앞머리를 너무 올린 것 아냐? 이마가 훤하다 등 친구들의 이야기에 짜증났다. 나는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안찍을 순 없었기에 그날의 기분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은 삐죽 튀어 나오고, 시선은 땅을 보고 있다. 직사각형 구도에서 나만 튀어 나가있다. 아이들이 졸업 사진이라고 당당하게 서 있는 것과는 대조된다.


  삐쭉하게 나온 입술도 보인다. 6학년 반 아이들은 참 재미있게 어울렸다. 그러나 나는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재미있어 하는 이야기를 그냥 듣고 부러워 하는 아이였다. 함께 어울리고 싶으나 나는 같이 놀자는 이야기를 못했다. 반에는 7공주가 있었고 나는 변두리에 있는 아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입이 삐죽 나온 13살 귀옥이를 안아주고 싶다. 뭐 그런일로 그렇게 삐져있냐는게 아니라. 기분이 안좋았어? 맘에 안들었구나. 너의 마음 이야기를 잘 못해서 기분이 많이 상했구나. 너도 참 답답했겠다. 그래 그래 우리 귀옥이가 그런 마음이었구나. 그랬구나 그랬구나 ~  나서는 것에 자신이 없었구나.  마음 상해있는 옥아! 고마워 사랑해!


  그렇게 온통 삐져 있었던  나를 만나게 되었다. 사진만 보면 속상하고 부끄러웠다. 사실 부끄러움의 시작은 큰일이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알아주지 않고 덮어 놓으면 내 감정을 내가 키운것이다.  사진으로 부끄러움을 증명하는 자료가 남아버렸다. 흑백 사진처럼 시간이 많이 지난 나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이젠 따스한 눈빛으로 부드럽게 이야기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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