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르샤 Mar 16. 2020

마른하늘에 똥벼락!!!

잠시만요, 엄마 인생 새로고침 좀 하겠습니다.

그녀는 멋진 선글라스를 끼고, 어깨에 핸드백 줄을 건 채로 여유롭게 횡단보도에 서 있다.  횡단보도의 신호를 보고 건너가려고 하는 모양이다. 기다리다 핸드폰을 꺼내어 만지작 거린다.


  갑자기! 퍽! 소리가 난다. 뜨끈함과 묵직함을 느낀다. 여자의 팔 목 위에 시멘트처럼 시크 먼 죽죽 한 것이 날아왔다. 그녀는 무엇인지 자기 팔을 이리저리 살핀다. 여자는 고개를 들어 머리 위를 본다. 머리 위에 나뭇가지에 앉은 비둘기의 펑퍼짐한 엉덩이에 시선이 멈춘다. 새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 속이 울렁거린다. 그녀는 횡단보도 반대쪽으로 달린다. 부끄러워 고개도 못 들고, 손등에 얹힌 똥이 떨어질라 팔을 깁스한 것처럼 들고  달린다. 그녀의 느낌으로는 머리와 옷에도 집중 공격당한 것 같다. 사람들이 쳐다보진 않을까? 의식하기보단 이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서 발을 계속 빨리 움직여본다.


  아침에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아는 사람을 만나지는 말기를... 속으로 선글라스를 낀 것이 다행이라 생각도 한다. 달려도 달려도 집이 가까워지질 않는다. 빠른 계산으로 목적지를 바꾼다.


  근처 교회가 있다. 화장실로 직진한다. 일단 희고 꺼무 튀튀 한 흔적 물이 흠뻑 올려져 있는 팔목 위를 물로 씻어낸다. 비누를 들고는 뻑뻑 문지른다. 한 번으로는 부족하다. 아주 여러 번 빡빡 싹싹 씻어낸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몸과 머리에 분비물의 흔적을 찾는다. 셔츠를 벗어서 자국을 이리저리 찾아보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머리카락에서 아주 조그마한 하얀 부분을 찾아냈다.  일단 물로 헹군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은가 보다. 비누로 작은 부분을 빠는데, 거의 머리 반쪽이 물에 젖었다. 더러워진 부분보다 훨씬 많은 곳을 비벼 빤 후에야  안심이 된다. 다시금 그것의 남은 흔적들을 샅샅이 찾아본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의 손잡이에서 시크 먼 쭉쭉한 것을 발견한다. 가방의 손잡이도 벅벅 씻는다. 손 닦는 티슈로 젖은 곳의 물기를 꾹꾹 짜서 닦아낸다. 아침에 여유 있게 나왔던 그녀의 모습은 만신칭이다.


  그녀는 고민한다. 이 일로 오늘 하루를 완전 망칠 것인지 아니면 응가 로또 맞았다고 생각하고 털어낼 것 인지 생각한다. 바닥이나 자동차에 있는 작은 비둘기 똥은 봤었는데 팔목에 맞다니. 처음 분비물을 마주 했는데 너무 큰 놈과 마주쳤다. 이젠 나무 밑에서는 불안해서 서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집으로 가려다가 계획되었던 스케줄을 강행하였다. 교회를 나와서 버스를 타러 간다. 사건 현장에 다시 도착했다. 바닥이 엉망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였다. 바닥에는  내 팔목 두께의 빈 공간이 존재한다.  팔목 모양의 빈 공간 왼쪽 오른쪽 부분에 몇 덩어리 조금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렇다. 내 팔목이 변기통이 된 것이다. 현장을 목격하니 속이 또 울렁거린다. 횡단보도가에 신호가 바뀌고 난 뛰어서 그 자리에서 벗어난다.  나무 밑을 피해 가면서^^ 혹시 엉덩이가 머리 위에 있나 없나 살피며...


 나는 특별한 글감이 하나 생긴 것으로 나쁜 내 마음을 툭툭 털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 무슨 날이니! 생일?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