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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펴려다 주름 만들 뻔

미스트 한 방울이 알려준 내 얼굴의 진실

by 나르샤

아침마다 나는 내 얼굴에 미스트를 ‘쏘기’ 바쁘다.
쏘기 전에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눈을 질끈 감는다.
웬만한 공포영화 보는 수준이다.

뒤에 있던 남편이 물었다.
“그렇게까지 꼭 감아야 돼?”
순간 민망했지만 반박 불가.
진짜 꼭 감을 필요는 없었다.
살짝만 감아도 됐는데,
나는 늘 전투 준비 자세였다.


화장품 바르는 데, 누군가에게 한 대 맞기 전 방어표정이라니.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눈을 찡그리고 미스트를 맞는다.
그리고 밤에는 주름 방지 크림을 바른다.
주름을 펴겠다고 바르는데,
하루 두 번 주름을 만들고 있으니
이게 무슨 아이러니인가.

남편의 말이 고마웠다. 팩트만을 말한다!
남편은 관찰력 있는 사람이다.
말투만 부드러웠다면 좋았을테지만...
(…라는 건 내 착각이고, 그날따라 내가 마음이 열려 있었던 거다.)

그래도 다행이다.
미스트 하나로 주름과 남편과 나, 셋이 대화를 나눴다. 이제 눈을 질끈 감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할 것 같다.

주름은 얇게, 말은 부드럽게.
오늘도 나를 바르게 세우는 건, 아주 사소한 한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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