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이웃을 위해 달린다.
1년에 한 번, 이웃을 위해 달린다.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한 마라톤.
올해도 어김없이 20km에 신청했다.
작년에도 무척 힘들었기에 망설였지만,
희한하게도 고통은 잊고 성취만 기억에 남았다.
결국 다시 도전했다.
3km부터 시작해, 5km, 10km, 그리고 20km까지.
조금씩 거리를 늘려온 나에게
“올해도 해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대견하게 여겼다.
이번엔 ‘세렌’과 ‘퀸스’가 함께했다.
마라톤은 처음이라는 세렌에게
“우리 인생에 다시없을 1년을 살고 있잖아.
엄청난 도전 하나 해보자”라고 권했다.
그렇게 셋이서 출발선에 섰다.
출발하자마자 알았다.
이번도 ‘쉬움’은 없다는 걸.
왼발 앞에 오른발, 오른발 앞에 왼발.
그 단순한 반복만이
나를 다음 구간으로 데려다준다.
누구도 대신 달릴 수 없다.
돌아오는 친구가 반가워 따라가고 싶어도
나 역시 반환점을 돌아야 한다.
그 과정을 모두 거쳐야만
‘완주’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21.0975km의 약속.
이번엔 불참할 뻔했다.
여러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고 섰던 출발선.
1km 지점에 도착했을 때 깨달았다.
“시작한 것만으로도,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큰 용기였다”라고.
중간중간, ‘수호천사’들이 나타났다.
지나칠 뻔한 반환점을 알려주고,
목이 터져라 응원해 주고,
힘이 빠질 때 손을 흔들어주고.
그리고 15km부터는 나 혼자였다.
앞에도, 뒤에도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가장 중요했다.
“할 수 있다.
잘해왔다.
조금만 더.
끝이 보인다.”
누군가에게 외친 “파이팅!”도
사실 가장 크게 들은 사람은 나였다.
그 말은 뇌를 자극하고,
다시 발을 뛰게 만들었다.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데,
이상하게 피니시 라인이 보이지 않았다.
당황하고 있을 때,
먼저 달리던 세 명의 여성이 말했다.
“여기 아니에요!”
주변을 돌아보니, 피니시 라인이 저만치 있었다.
그들도, 나의 수호천사였다.
늦게 도착했다.
세렌과 퀸스는 스트레칭도 못한 채 뛰었지만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샌드위치를 사서 함께 앉았다.
고단했지만 기뻤다.
그리고 결정했다.
가을엔 10km다.
또 달릴 것이다.
내가 선택한 한 걸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