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80대 수강생, 스터디카페에 가다
"스터디카페에 다녀왔어요. 손녀가 예약해 줬어요."
수업이 끝난 날, 한 어르신께서 환하게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미소에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일상의 작은 변화
그분은 평소에도 집 근처 도서관을 자주 찾으셨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었죠.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무기력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요.
어느 날 손녀와 나누던 일상 대화 중에 스터디카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손녀는 스터디카페에서 자기소개서를 쓰고 취업 준비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선생님은 문득 생각하셨습니다.
"나도... 가볼 수 있을까?"
손녀와 선생님의 동행
그렇게 함께 스터디카페 '헤이든'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댁 근처에 헤이든 스터디카페가 있는지 찾아볼게요. 집에 늦게 오시면 힘드시잖아요."
손녀의 세심한 배려가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직접 등록하러 간 날, 선생님은 천천히 말씀하셨고, 손녀는 조심스레 대응했습니다.
"선생님, 오래 계시지 않으셔도 돼요. 필요한 시간만큼만 결제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30시간권을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 경험을 위한 작은 시작이었습니다.
첫 방문의 설렘
손녀는 선생님이 혼자 입장할 때 어려울까 봐 키오스크 버튼 터치방법을 자세하게 노트에 메모해 두었습니다.
"들어갈 때:
로그인
좌석구매
30시간권
좌석번호 선택
출입증 출력
이용시간
나올 때:
QR코드 로그인
QR코드 대기
종료 1
좌석
번호선택
종료"
"이렇게나 절차가 복잡해요. 손녀 아니었으면 시도도 못해봤을 것 같아요. 선생님과 시간 될 때 한 번 더 복습하고 싶어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며 노트를 가리키셨습니다. 혹시 몰라 손녀는 그 노트를 스마트폰 홈화면에 바로 열 수 있도록 설정해두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은 '헤이든' 스터디카페의 조용한 자리에 앉아, 두꺼운 책 한 권을 집중해서 읽고 오셨다고 했습니다.
"조용하고 깔끔하니 책이 참 잘 읽혔어요. 이렇게 좋은 공간이 있다는 걸, 손녀 덕분에 처음 알았어요."
그 표정엔 오랜만의 설렘이 묻어 있었습니다.
세대를 잇는 다리
디지털 세상 속에서 두 사람은 함께 걸었습니다. 손녀는 선생님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고, 선생님은 손녀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보여주었습니다.
세대가 함께하면 큰 벽도 낮아집니다. 그 시작은 30시간권이 아니라, 열려 있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래, 이건 내가 한번 해결해보고 싶은 문제야"라고 말하는, 늦지 않은 배움의 의지였습니다.
강사인 나는 그날, 선생님의 도전에서 따뜻한 희망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배움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는 것을. 80대의 손길이 키오스크를 두드리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나이는 단지 숫자일 뿐, 호기심과 도전의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여정에는 손을 내밀어 함께 걷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떤 복잡한 길도 결국은 따뜻한 추억이 된다는 것을요. 오늘도 어딘가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누군가에게, 선생님의 이야기가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