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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QR, 나도 이제 읽을 수 있어요

스마트폰 배우며 세상에 눈을 떠요

by 나르샤



“선생님, 이건 어떻게 읽어요?”

경로당 스마트폰 강의 1차시.
수강생 한 분이 QR코드가 인쇄된 종이를 내미셨다.
“영어책을 샀는데 이런 게 있었어요. 허허, 이걸로 동영상을 보라네요…”

작은 사각형 안에 담긴 정보.
어르신에게는 낯설고도 궁금한 기호였다.

<QR코드 내용 보는 법>

1. 카메라 앱 열기
2. QR코드가 화면 안에 보이도록 가져다 대기
3. 영어로 된 주소(URL) 터치

(※ 사진 촬영 아님! 찰칵 소리 NO!)

"와! 이게 영어 영상 목록이구나!"
"나도 영상을 볼 수 있어요!"
"이야~ 기술이 이렇게 좋구나!"

교실 안에 감탄사가 퍼졌다.
종이 전단, 스마트폰 화면, 문자로 전송된 링크—
QR은 이미 삶 속에 있었지만,
‘직접 읽는 경험’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나는 김제경찰서의 ‘주차안심번호판’ 사례를 소개했다.
여성 운전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전화번호 대신 QR코드를 제작해 차량 앞에 부착하도록 한 것.
김제시에 거주하는 여성 운전자 300명에게 직접 배포한 정책이었다.

이와 관련된 실제 이야기도 전했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이 주차된 차량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전화번호도 안 적어놓고, 예의가 없어!”

QR코드가 전화번호라는 걸 인식하지 못하셨던 것이다.
익숙하지 않으면,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교실 안이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다.
“아이고, 나도 그 노인이 될 뻔했네.”
“이거 친구들한테 꼭 알려줘야겠어요!”

낯설었던 기술은,
이해하고 나면 내 것이 된다.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했을 뿐,
배움은 언제나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그렇게,
어르신들의 디지털 눈이 하나씩 트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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