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하나로 달라진 어르신의 디지털 자립기
00대로 00길이라고 네이버 검색했는데, 주소가 안 나와요
네이버 지도 수업 도중,
한 어르신이 답답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내미셨어요
"주소를 입력해도 우리 집이 지도에 나오지 않아요"
"나도 파란색 보기 중 내 주소가 딱 나왔으면 좋겠어요
왜 나는 검색이 안 되는 걸까요? "
나는 잠시 당황했습니다.
주소가 검색되지 않으면 도와드릴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여쭈었습니다.
"혹시.. 주민등록증 가지고 계실까요?"
"그 주소 그대로 입력해 보세요"
어르신은 조심스레 지갑을 꺼내셨고
신분증에 적힌 주소를 하나하나 눌러 입력하셨습니다.
잠시 뒤
"어머! 나왔어요"
얼굴에 번진 웃음엔 놀람과 안도, 그리고 조금의 쑥스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내가 주소를 잘 못 알고 있었어요. 자꾸 깜빡깜빡하네요. 고마워요!"
시니어 수업을 하면 강사가 자주 접하는 일입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엔 네이버 지도를 잘 따라오시던 분이 계십니다.
1:1 코치로 지도 활용법을 익히며 능숙하게 사용하셨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후, 다시 뵈었을 때
"지도는 도무지 쓸 수가 없더라"라고 하셨습니다.
도대체 어떤 부분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차근차근 다시 짚어보며 확인해 보니
문제는 앱 사용법이 아니라 주소입력 방식이었습니다.
구주소와 신주소를 섞어 쓰셨던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구주소는 "경기도 여주시 창동 148-9"
신주소는 "세종로 40번 길 1-8"
그런데 수강생은 지도에 "세종로 148-9라고 쓰셨던 것입니다.
그 후,
제 강의에서는 지도앱에 "주소 바로 쓰기"를 가장 먼저 공부합니다.
1. 도로명까지만 입력하기
2. 상세주소는 입력하지 않기
3. 구주소와 신주소를 섞어서 사용하지 않기
지도는 주소를 모르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한 어르신이 자신의 집이 지도에서 나오는 순간
그분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가는 길을, 내가 먼저 찾아봐야지요"
그 한마다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주소를 정확히 쓰는 일 하나로,
생활의 주도권이 어르신의 손안에 들어왔던 순간입니다.
디지털 기술은 결국,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편하게"만들어주는 도구여야 합니다.
스스로 길을 찾고,
집을 등록하고
내가 가는 길을 내가 선택하는 것
그것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자립"이고 "횝복"이고 "새로운 시작"입니다.
그 시작은 "주소를 바르게 입력하는 법"부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