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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 따뜻한 배려를 전송하다

by 나르샤


“그 QR코드는... 근데 어떻게 만드는 거유?”

질문은 항상 다음 수업을 부릅니다.
QR코드를 읽는 법을 배우고 나니,

만드는 법이 궁금해진 수강생들의 눈빛!


그래서 2차시는 직접 만들어보는 실습 수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전화번호, 지도 위치, 문자 메시지, 사진까지.
각자의 정보를 QR로 변환하고, 프린터로 출력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조심스럽게 출력물이 나왔고,
복사기 앞에서 “와, 됐다!”는

소리에 강의실이 화사하게 웃음으로 번졌습니다.


서로의 QR코드를 카톡방에 공유했습니다.

서로의 연락처 QR코드를 스캔하고

전화를 걸어봅니다!

"나도 할 수 있네. 이제 QR 코드를 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 다음 날,

한 남성 어르신이 조심스레 종이 쪽지 네 장을 내미셨습니다.
처음엔 약봉투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펼쳐보니,

전날 실습에서 만든 QR코드 명함이었습니다.

크기가 다른 코드 두 장씩, 총 네 장.
정갈하게 잘라 붙인 모습에서 정성과 세심함이 느껴졌습니다.

“이거요, 우리 반 남자분들에게 하나씩 드리려고요.”
“스마트한 명함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차량 앞에다 붙여놓으세요.”

쑥스러운 듯 웃으셨지만,

그 표정엔 자부심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QR코드는 이제 ‘어렵고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나를 전하는 세련된 배려의 도구가 되었던 것입니다.

배움이란, 단순히 기능을 익히는 일이 아닙니다.
그걸 통해 마음을 건네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말하고,
누군가는 QR코드로 마음을 전합니다.

어르신의 손끝에서 태어난 작고 정직한 종이들.
그 안에는 단순한 연락처 정보만 담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엔 함께 배운 시간,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그 작은 사각형을 스캔하며 미소 짓고 있겠지요.
그 따뜻한 QR코드는 오늘도, 조용히 누군가의 마음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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