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만남
강남구치매안심센터에서 봉사하는 날!
오늘 만난 어르신 중 유독 기억에 남는 분이 계셨습니다.
올해 80대. 밝은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 치매검사 만점 받았어요.
항상 한 문제 정도만 틀려요. 하하~”
환하게 웃는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건강 인증’이었지만,
이어지는 이야기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습니다.
“4년 전인가…
강남구 치매안심센터 음악수업에서
‘꽃보다 아름다운 상’을 받았어요!”
꽃보다 아름다운 상.
이름부터 반칙 아닌가요?
그 상을 설명하는 어르신의 얼굴은
정말 어떤 꽃보다 아름다웠습니다.
신문도 돋보기 없이! 어르신의 아침 루틴
놀라운 건 또 있었습니다.
신문을 볼 때 돋보기를 전혀 쓰지 않으신다는 것!
비결을 여쭈었습니다.
“아침마다 눈 운동이랑 귀 운동을 꼭 해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건강을 지키려는 꾸준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크고 화려한 비법이 아니어도
매일 실천하는 작고 성실한 루틴이
지금의 생생한 하루를 만들어준 거겠지요.
스마트폰, 어르신과 함께라면 어디서든
QR코드는 어떻게 쓰는 거냐고 여쭤보셔서
유튜브로 설명해드리려 했더니,
구글 로그인이 필요했습니다.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으셔서
찾기 기능을 이용해 로그인 완료!
어느 장소에서든,
어르신 곁에서 스마트폰을 안내하는 일은
늘 예상 밖에서 찾아옵니다.
작은 도움 하나로
불편이 사라지는 순간—
그 옆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뿌듯한 일입니다.
천천히 건네는 인사 한 번이 마음을 데웁니다
오늘의 마지막 감동은 인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자,
어르신도 조심스레 몸을 숙이셨어요.
그런데 그 순간,
천천히 인사를 멈추지 않고 기다려 주셨습니다.
제가 인사를 다 받을 때까지,
급히 일어나지 않으시고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무셨어요.
그 짧은 찰나가
제 마음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데워주었습니다.
말 한마디 없이 전하는 배려.
그 고요한 인사법에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오늘의 기록은,
한 어르신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나이 들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