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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스마트폰 배우길 정말 잘했어요.

넷플릭스 성인 인증을 혼자 해낸, 60대 여성의 디지털 성장기

by 나르샤

넷플릭스 성인 인증을 혼자 해낸,

어느 60대 여성의 디지털 성장기
ㅡㅡㅡ


“약한 영웅”을 보려고 넷플릭스를 켰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문구 하나가 화면을 가로막았다.
‘19세 미만은 시청할 수 없습니다.

인증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리모컨을 내려놓고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어 TV 화면을 찍어 딸에게 사진을 보냈다.
“얘야, 이건 나 혼자 못하겠어… 어쩌면 좋니?”

그녀의 디지털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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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막막했지만, 함께하니 가능했던 일

잠시 뒤, 딸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 내가 말하는 대로만 해봐요.

천천히, 같이 해보자.”

조심스럽게 리모컨을 든 그녀는
넷플릭스 홈 화면으로 이동해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자, 이제 이메일에 인증번호가 도착했을 거예요.”
네이버 앱을 열고 메일함을 확인하자,
일곱 자리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1234567

“됐다! 인증 완료야."

약한 영웅 영상이 나온다.

19세 성인 인증하라는 메시지가 사라졌다.
영상이 멈춤 없이 재생되기 시작하자
그녀의 얼굴에도 조용히, 환한 미소가 번졌다.
---

“엄마, 스마트폰 배우길 정말 잘했어요.”

딸이 말했다.
“전에는 핸드폰도 힘들어하셨잖아요.
이젠 제가 방향만 알려드리면,

척척 따라오시네요.”

그녀는 조용히 웃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일주일에 한 번씩이지만
이렇게 쌓이니까…

정말 길이 보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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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결혼식 전날에도 빠지지 않았던 수업

매주 40분 거리, 천천히 걸어 도착했던 교실.
딸의 결혼식 전날에도 그녀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출석이 능력이다! 4년을 다녔어요^^

그 말을 믿었어요


“빠질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계속 나왔던 이유는 단 하나예요.

가랑비에 옷 젖을까? 했는데

가랑비에 옷이 젖더라고요.

결석 없이 출석만 잘해도 전반적인 스마트폰.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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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낯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망설이지 마세요.
시작이 절반이에요.
수업에만 빠지지 않으면
방향을 제시하면.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게 되었더라고요

그런 순간이 와요.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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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송귀옥

(2025년 5월 디지털 수업 중 인터뷰)
작지만 단단한 용기가 만든 변화.
기술보다 더 빛났던 건,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한 ‘끈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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