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준비
"엄마! 우리 '감사함으로' 추수감사절 찬양제에 밴드로 나가볼까?"
첫째의 제안에 저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11월 16일. 저의 연극 공연도 11월 16일이었습니다. 피아노도 엄청 열심히 쳐야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니. 밥 먹고 피아노만 쳐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둘째도 오케이, 남편도 오케이. 나만 오케이 하면 밴드가 형성되는 상황. "연극도 하고 성악까지 배우는 나에게 도대체 여기서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그래도 연극하는 날! 찬양제는 못 하는 일이야.라고 단언했습니다.
갑자기 연극이 30일로 연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딱 2주!!! 첫째는 고1 때 동아리에서 베이스를, 둘째는 교회에서 통기타를, 남편은 2023년 2월 갈월복지관에서 드럼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10대부터 40대까지 피아노 교실을 들락날락했습니다. 각자가 배워온 악기들을 연습하고 맞춰봐야 합니다.
급하게 친정 남동생에게 SOS를 쳤습니다. 밴드를 하는 동생은 베이스, 통기타, 키보드, 드럼 악보를 한꺼번에 보내주었습니다. 피아노는 오프닝 부분을 직접 연주한 영상을 항공샷으로 촬영해 보내주었습니다. 베이스, 기타 악보에 멜로디를 넣어 동영상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각자 흩어져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큰아이는 기숙사에 베이스를 가져갔고, 둘째와 남편은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습니다. 복지관 피아노 선생님이 악보를 회 쳐주셨습니다. 3개 한꺼번에 눌러야 하는 건반을 2개로, 8개 쳐야 하는 숏 음표는 장음 1개로. 왼손 반주는 없애고 오른손만! 제 수준에 맞게 간단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최대한 원곡을 유지하면서 인트로 이후의 악보를 편곡해 주셨습니다. 늦은 시간 피아노 연습이 어려워 당근에서 전자 피아노를 급하게 구입하였습니다.
동생이 시작을 이끌어주었다면, 피아노 선생님은 제가 연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입으로 하나 둘 셋 넷하나 둘 셋 넷이라 말하면서 피아노를 치는데, 입과 건반이 따로 놉니다. 엇박은 또 왜 이렇게 많은 찬양인가요?
퇴근 후 남편과 교회에서 만나 밤 11시까지 연습했습니다. 결혼 후 최초로 전우애가 생겼습니다. 주말에 아이들을 만나기 전까지 드럼과 키보드의 합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김밥을 사서 청소년부실에서 드럼과 키보드 소리를 쿵쾅쿵쾅 냈습니다. 아마도 청년부 때 교회 생활을 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주일 연습하고 아이들과 합주했을 때 "엄마와 아빠의 악기 소리가 안 맞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맞지 않는 걸 알았지만 맞춰낼 능력이 없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드럼 악보와 남동생이 준 악보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선배 밴드로서 코치를 해주었습니다. 둘째 경은이가 키보드 악보 하나를 빼고 "송축할지 4-1-2-3-4"라는 미션 어를 주었습니다. 입으로 말하면 키보드 박자가 지켜지는 신기한 해법! 박치가 된 나에게 딱 맞는 해결법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통해 부부는 음의 통일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노래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악기 열 마디만 하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하고 내년에 뵙겠습니다" 하고 일어날까 하는 우스갯소리도 했습니다.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11월 9일 주일, 고린도전서 13장 설교 말씀이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어떤 북소리에 맞춰 살아가고 있습니까? 사랑하라! 서로 사랑하라는 소리를 들으며 용기 있게 나아가세요." 성도분들과 찬양하는 모습이 이미지로 그려졌습니다. 잘 못해도 그렇게 합을 맞추면 하나님이 좋아하실 거야! 용기를 내어보자 다짐했어요.
찬양 1주일 전이었습니다. 저는 목장식구들과 떠오르는 분들에게, 둘째는 작년에 함께 특별상 받았던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모두 합쳐 16명. 하지만 일정상 모두 어려웠습니다.
그때, 홍희임 권사님께 보컬 섭외 중임을 말씀드렸습니다. 첫째 딸에게 실용음악과에 합격한 아들 담현 군에게 연락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둘은 초등학교 동창이지만 전화번호도 몰랐습니다. 딸이 용기를 내어 인스타 DM을 보냈습니다. "엄마! 담현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할 줄이야?"
담현 청년은 홍희임 권사님의 아들, 유아 때부터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영주교회를 다녔고, 7년 만에 교회에 나왔습니다. "음악의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라며 기꺼이 합류했습니다. 토요일 연습에는 찬양을 전부 외워서 왔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실용음악 전공자가 섭외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완벽한 실력의 보컬, 주님에게는 아들이 돌아오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명륜중앙교회 다니는 친구에게 "우리 가족이 밴드를 하는데 보컬이 없어"라고 했더니, 언제인지도 묻지 않고 "내가 할게"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전날까지 전주 워크숍 일정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타이밍이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으로 친구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시현이가 청년부 해민 언니에게도 부탁했습니다. 하나님의 섬세하심으로 청년도 섭외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인도로 '어쩌다가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거절 끝에 만난 하나님의 선물, 3명의 보컬. 보컬이 서로를 아무도 모르는 어쩌다가 팀!
일요일이 공연, 토요일에 모두 연습을 나왔습니다. 초보인 악기팀, 보컬팀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보컬을 불렀는데, 키보드와 드럼이 실수를... 진땀이 흘렀습니다. 그때 담현 청년이 "이 부분부터 연습해 보죠" 하며 리더를 맡아주었습니다. 시작은 경남 고성 남동생이 이끌어주었고, 마무리는 담현 청년이 리더 해주었습니다. 그때부터 담현 청년은 어쩌다가 팀의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가족은 단지 각자의 악기를 열심히 연주한 것밖에 없었습니다.
큰아이의 "해볼래?"라는 말로 가족 밴드가 시작되었고, 서로 모르던 보컬들이 합류했으며, 찬양제에서는 성도님들이 함께 "감사함으로 주를 높이며 그 문에 들어가서 찬송함으로 그 이름을 송축할지어다"라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찬양제가 끝나고 부부는 서로에게 "진짜 수고 많았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드럼에 대한 책임감이 아주 무거웠다고 했습니다. 그 무거움을 끝까지 해 낸 배우자에게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든든했습니다. `감사함으로` 밴드를 통해 가족은 비로소 하나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응원하며 격려한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했습니다.
돌이켜보니 주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각자가 배워온 악기들, 연극의 연기, 경남 고성 동생의 인도, 그리고 7년 만에 교회로 돌아온 담현 청년의 리더십까지... 저는 그저 "송축할지 4-1-2-3-4"만 치면 되었습니다.
담현 청년은 "다음에도 보컬이 필요하시면 편하게 또 불러주세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음악이 서로를 잇는 끈이 되었고, 우리는 복음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가족이 시작하고, 보컬이 합류하고, 이제 교회 성도님들과 함께합니다. 이것이 복음이 흘러가는 길임을 배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