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어르신에게서 특별한 제안을 받았습니다.
"손태진 콘서트를 가고 싶은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용기가 없어요. 나랑 용인 아트홀까지 함께 다녀와 줄 수 있어요? 아르바이트로요."
그분은 GPT와 대화를 나눴다고 했습니다. 서울에서 시외버스 타고 용인까지 가서 택시를 타면 된다고, AI가 경로를 알려줬답니다. 그런데 혼자 갈 용기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GPT랑 이야기했더니 이렇게 말해주더라고요. '갈까, 말까' 생각이 계속 든다면, 안 가고 길게 후회하는 것보다 가는 게 맞다고요."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당연함이 필요했습니다.
일요일 4시 공연을 보기로 마음먹으셨습니다. 그런데 토요일에 먼저 답사를 가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혼자서도 콘서트를 갈 수 있을지 확인해보고 싶으셨던 겁니다.
물론 최적화된 경로는 따로 있었습니다. 지하철을 네 번 환승하면 죽전역까지 갈 수 있습니다. 죽전역에서 육교를 지나면 포은아트홀입니다. 하지만 이분에게 그건 엄두가 나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집에서 143번 버스 타고 경부고속버스터미널까지 20분, 서울에서 용인까지 시외버스로 40분, 그리고 택시. 그분이 마음 낼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용인 가는 버스는 빈 좌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오후 버스는 이미 매진이었습니다. 용인 버스터미널에서 함께 키오스크 앞에 서서 내일 표까지 왕복으로 구매했습니다.
용인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먼저 택시 승강장을 찾았습니다.
GPT가 어르신 눈높이에 맞춰 세심하게 알려줬다고 합니다. "꼭 택시 승강장에서 기다리세요. 길에서 기다리면 언제 올지 몰라서 불안하지만, 승강장에서는 조금만 기다리면 택시가 계속 들어오니까요."
기사님이 목적지를 듣고 어디서 왔냐고 물으셨습니다. "서울이요"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죽전역에서 육교만 건너면 바로인데, 왜 시외버스 타고 여기까지 오셨어요? 지하철 타면 바로인데..."
답사 날 오갈 때, 콘서트 당일 오갈 때. 총 네 번의 택시에서 네 번 모두 같은 질문을 들으셨습니다.
처음엔 조금 머뭇거리며 설명하셨을 겁니다. 두 번째는 조금 더 익숙하게. 세 번째는 자연스럽게. 네 번째는 어쩌면 미소 지으며. "저는 이 길이 편해요."
모두에게 최적화된 길이 그분에게는 최적화가 아닐 수 있습니다.
어르신을 앞장세우고, 이렇게 이동했습니다.
143번 버스 내려서 고속버스터미널 들어가기.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돌아오는 143번 정류장 위치 안내하기. 키오스크로 표 사는 방법, 택시 승강장 찾는 방법.
답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고속버스터미널까지는 나와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 혼자 와볼게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일요일 공연 티켓을 구입하셨습니다.
당연히 자녀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자녀에게 부탁해서 번거롭게 하는 것보다, 혼자서 스스로 해보고 싶은 마음에 제게 부탁하신 것입니다.
마치 주말 여행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제게도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어르신이 용기 내는 걸음에 곁에서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수강료 봉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매번 고마워요. 나의 든든한 지킴이"
"너무 고마워요. 나 이제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바람 쐬고 나와 보니 용기가 많이 생기지요. 곁에 디지털 선생님이 계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다음 날, 어르신에게서 문자가 두 번 왔습니다.
기다리는 우리 선생님의 문자입니다^^
저녁 9시가 되어서 집에 도착했다고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선생님 잘 다녀왔어요. 바쁜 시간 내줘서 감사해요. 선생님과 인연되어서 너무너무 기뻐요. 실행 안 했으면 많이 후회할 뻔했어요."
스마트폰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 세상을 열어드리는 기분이 듭니다.
제가 한 분 한 분을 세상에 세워드린다는 착각이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신 건 어르신이십니다.
선생님, 용기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곁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