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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르샤 Apr 30. 2021

2021년 설날 장기자랑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는 우리 집의 가족 문화가 있다.  나의 조카와 딸이 장기 자랑을 자유롭게 선보인다. 작년 추석은 코로나로 가족이 모일 수 없었다. 장기자랑을 못했다. 올해 설날도 5인 이상 집합 금지이다. 아이들이 장기 자랑을 하고 싶다는데, 내가 코로나여서 모일 수가 없다고 했다 아이들의 제안! "화상 회의로 모이면 되잖아!"  그. 러. 네! 그. 러. 자!


 화상 프로그램은 네이버 밴드로 정했다. 채팅방에서 그룹 비디오 콜을 테스트로 눌렀다. (최대 30명까지 가능하다.)  일하고  있던 남동생이 콜에 응했다. 이걸로 하면 되겠다. 엄마가 밴드 비디오 콜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차근차근 설명을 잘 드려야지. 




 저녁 9시쯤 가족이 모였다. 조카와 딸, 7명의 아이들이 밴드 그룹 콜에 한 집씩 들어왔다. 엄마에게 그룹 콜 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엄마도 설명대로 했다는데도 안된다. 여러 번 시도했으나 엄마가 작동하기는 어려웠다.  조카와 딸들이 기다리고, 엄마의 핸드폰 기기로는 연결이 안 된다.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 




 나와 엄마가 카카오톡 페이스톡을 한다.(엄마가 페이스톡은 해 봤다)

1. A핸드폰으로 밴드 그룹콜을 한다.

2. B핸드폰으로  엄마와 카카오톡 페이스북을 연결한다. B폰으로 A폰을 비춘다. 

급한대로 아이들의 재롱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첫 번째 김서현 군. 올해 나이 10살 남자아이다.

장기는 노래 부르기이다. '보릿고개' 트로트를 찰지게 부른다. 노래의 꺾기도고 풍성한 감정이 담긴 노래가 들린다. 기기가 작동이 안 되어 속상하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아빠의" 잘한다~"추임새와 박수 소리도 들린다. 순간 부산과 서울의 거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조카의 성장을 볼 수 있음이 감사했다.  





 두번째 예빈 양(13), 경원 군(12), 예지 양(9) 셋이서 단체 마술을 준비했다. 경원이가 종이봉투를 마구 흔든다. 내용물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확인 시킨다. 손으로 봉투를 탁탁 친다.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더 강조한다. 손을 봉투 안에서 부르르 떨면서 흔들더니 인형을 꺼낸다. 온 가족의 함성소리와 박수가 들린다. 종이 봉투에서 마법 주문을 걸면 책이 나온다. 한번 더 주문을 외우면 큰 인형이 나온다. 나중에는 긴 밀대가 나온다. 계속나온다. 점점 물건이 커지더니, 마지막에 종이 가방 안에서 13살 예빈이가 짠하고 나온다.




  깔깔깔~~~ 아이들이 구성한 마술. 극의 진행을 준비했을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셋이서 옹기종기 모여 튀어나올 물건들을 고른다고 여러 의견을 모았겠지. 처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마지막을 어떻게 끝낼지, 각자의 어떤 역할을 할지. 결과를 만들었을 아이들의 뒷모습까지도 느껴졌다. 


 



 세번째 시현 양(16) 줄넘기 쌩쌩이를 뛰다가 x자 쌩쌩이를 신나게 보여준다. 언니는 "하지 말까?"~~하더니,  쓰윽 줄넘기를 가져와서 쌩쌩쌩 뜀을 뛴다. 초등학교 방과 후에서 배우기 시작했던 줄넘기이다. 아이에게 특기를 물으면 줄넘기라고 답한다. 어느 곳이든 줄 하나만 할 수 있는 장기라 쉽게 보여준다.




 네 번째 경은 양(11) 경은이는 폴 댄스다. 코로나 기간 동안 유투브를 보며 갈고닦았다. 유튜브 폴타혼타스언니에게 배웠다. 경은이가 그 기량을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외할아버지가 자신의 모습을 보며 활짝 웃으면 좋겠다고 아이는 생각했다. 아이가 폴에서 리듬과 박수를 즐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크게 놀라고 기뻐하셨다. 할아버지는 "내가 경은이를 어릴 때부터 체조를 시켜야 된다 했잖아."라는 말씀과 함께 "잘한다~ "추임새도 넣으셨다.




경은이의 무대를 준비하는데 언니의 역할이 컸다.  언니와 경은이가 의논을 하며 안무를 짰다. 신나서 빙글빙글 빨리 도는 경은이의 안무를 본 시현이는 천천히 돌면 더 이쁘다고 알려주었다. 시현이는 창에 적힌 가사를 짚어주며 경은이가 가사 아래에 글로 쓴 기술을 잘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장기자랑은 아이들이 잘하는 부분을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드러나는 것만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장기자랑을 준비를 했으면 한 대로, 준비를 못 했으면 못 한 대로,  지금 할 수 있는 장기를 보이는 이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명절에 친정집에 가지 못했던 서운함이 쏴악 씻겨지는 기분이었다. 




 허전한, 그러나 자유롭기도 한 설날을 우리는 따로 또 같이 보낼 수가 있었다.

한 명이라도 장기자랑을 한다고 할 때까지는 이 문화를 이어가고 싶다.

1년에 딱 두 편 상영되는 우리 가족만의 프로그램. 다음 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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