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0일째, 민성이 D+259
민성이는 잘 울지 않는다. 찡얼거리는 건 자주 하지만, 울음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어떤 날은 진짜 눈가에 눈물을 찾아보기 힘든 날도 있다. 어제(9일)도 그랬다. 하인이 둘이나 대기하고 있는 주말이라 마음이 편했을까.
민성이의 컨디션도 좋은 데다, 제2의 하인인 와이프와 일도 나눠할 수 있어서 하루가 참 순탄했다. 책도 많이 읽었고, 글도 쫓기지 않고 썼다. 저녁 6시 반, 민성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까진 그랬다.
민성이는 잘 잔다. 목욕시키고, 분유 먹이고, 책 읽어주고, 바닥에 누이면 된다. 입에 쪽쪽이 하나만 물려주면 잠 친구인 토끼 인형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옆으로 누워 그대로 잔다. 끝이다. 20분이나 걸릴까?
회사에 다닐 때는 민성이 재우는 게 어려웠다. 한 번은 바닥에서 울음이 터져 민성이를 안아줬는데, 오히려 얼굴이 발개지도록 악을 쓰며 울었다. <엄마가 하는 건 아빠도 한다> 주의자인 내게, 그 날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하지만 내가 재우는 날이 많아지자, 민성이도 엄마와 있을 때만큼이나 잘 잤다. 그래서 내가 민성이를 못 재울 수도 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제저녁, 민성이는 그런 나의 오만함을 엄중히 꾸짖어주었다.
그 날과 비슷했다.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육아휴직도 썼겠다, 육아 좀 되는 아빠라고 시건방을 떨었던 나인데, 감이 오질 않았다. 기저귀는 방금 갈았다. 분유는 먹지 않았다. 더 놀고 싶나? 너무 덥나? 뭐지?
그때 와이프가 들어왔고, 민성이는 엄마 품에 안겼다. 울음이 그쳤고 고요하게 쪽쪽이 빠는 소리만 들렸다. 육아휴직 열흘 째,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날 보고 웃어주던 그 미소는 뭐였단 말인가.
말없이 나와 민성이의 젖병을 씻었다. 그래, 민성이가 뭔가 힘든 게 있었겠지, 그 속을 어찌 다 알겠어, 내가 싫어서는 아닐 거야, 다음엔 괜찮을 거야. 마음이 편해졌다. 설거지가 체질인가 보다.
첫 아이 육아 때 부모들이 가장 후회하는 게 아이에게 욱하는 거라는 글을, 인터넷에서 읽었다. 민성이에게 서운하긴 했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 오늘 하루 자란 민성이 키만큼은, 민성이 아빠도 조금 자랐을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