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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19. 2020

섰다! 강민성

휴직 19일째, 민성이 D+268

어제 새벽, 그가 섰다.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사진은 '보고 있나, 아빠'라는 표정. / 2020.05.18. 우리 집


어제(18일), 민성이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됐다. 요즘 계속 그렇다. 왜 이렇게 일찍이냐고 따져 물었을 때, 그는 (눈으로) 말했다. 전날 저녁 7시쯤 자지 않았느냐고. 온당한 지적이다. 나는 군말 없이 그와 함께 기상했다.


6시쯤 됐을까. 민성이가 섰다. 소파를 잡고 반쯤 일어났기에, 손을 잡아줬더니 분명 제 힘으로 섰다. 아등바등하며 여러 차례 소파 등반에 나선 그였지만, 스스로 일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울컥했다. 앉을 때랑은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이후 손을 잡아줄 때마다 그는 다리에 힘을 '빡' 주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기를 수차례, 어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민성이와 그렇게 놀았다.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자기도 재밌었나 보다. 한 번은 식탁 밑에서 기합(?) 소리가 들려 가보니, 민성이가 식탁 아래 달린 막대기를 두 손으로 잡고, 몸을 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흡사 턱걸이를 하는 것 같았다.


불과 열흘 전, 민성이는 앉기 시작했다(아이만 행복하면, 진짜 괜찮은 걸까?). 그러다 소파를 열심히 등반했고(아들의 육아휴직, 엄마에겐 어땠을까), 어느새 일어서버렸다. 지나고 보니, 정말 눈 깜짝할 새다.


매일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갈 때마다, 민성이 또래의, 혹은 조금 더 큰 아이들이 걷거나 뛰는 걸 봤다. 나도 민성이와 저럴 때가 오겠지 싶었는데, 두 발로 걷는 민성이가 지금 내 턱 밑까지 와있다. 


직립(直立)의 맛을 알아버린 민성이는 이제 아예 소파를 올라타려 한다. 어제도 몇 번을 시도했지만 모두 미수에 그쳤다. 그가 할 줄 아는 게 늘어난 만큼, 사고의 위험도 높아질 테고, 손도 많이 갈 것이다.


그래도 기쁘다. 민성이가 처음 뒤집기를 했을 때, 난 회사에 있었다. 와이프가 영상을 보내줬던 것 같고, 신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때 내가 휴직 중이었다면, 그냥 신기해하는데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틀 후면 9개월이다. 휴직하고 20일이 지나지 않았는데, 민성이는 앉고 서고 아랫니가 하나 더 났다. 그때마다 내가 옆에 있을 수 있어 다행이다. 난 운이 좋다는 생각을, 민성이 때문에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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