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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an 16. 2021

만남의 광장

휴직 261일째, 민성이 D+510

'아, 작품 활동을 하다 보니 당이 떨어지네. 일단 바나나 한 입 먹어볼까?' / 2021.1.15. 우리 집


주말의 문턱, 금요일은 늘 설레면서도 왠지 시간이 더디다. 하루만 버티면 주말이라는, 간절한 생각이 시간을 뒤로 잡아끈다. 힘을 내보자는 의미로 어제(15일) 점심엔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를 배달시켜 먹었다.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종일 날이 흐렸다. 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고 그리 춥지도 않았다. 어제도 유모차 없이 아이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엔 민성이 손을 잡고 천천히 둘러와야지,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어린이집 현관 앞에서 민성이 반 친구 엄마를 만났다. 그곳은 애엄마(그리고 극소수의 아빠)들의 만남의 광장이다. 처음엔 그녀들을 만나는 게 조금 어색했는데, 지금은 매우 반갑다. 애엄마끼리의 동지애 같은 게 있다.


"민성이도 아직 말은 못 하죠?" 그녀가 물었다. "못하죠. 엄마, 아빠가 다예요. 한 7:3 정도?" "우리 애도요." 민성이와 친구는 한 달 정도 차이가 난다. 그녀는 약간 안심하는 눈치였다. 엄마 마음이 다 그렇다. 


"그런데 민성이는 아빠를 더 많이 하네요?" "아니에요. 아빠가 3이에요." "아…. 아빠를 더 많이 보는데도." 둘 사이에 약간 침묵이 흘렀다. "애 키워봐야 아무 소용없다니까요." 내 푸념에 우리 둘 다 웃었다. 


그러는 새 민성이가 나왔다. 오후 3시, 어린이집 현관은 이제 막 하원하는 아이들과 그들을 데리러 온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선생님과 친구 엄마에게 인사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천천히 걸을 생각이었는데, 민성이는 천천히 걷지 않았다. 아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더니, 날이 갈수록 그 말이 실감 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장아장, 금방이라도 넘어질까 조마조마했는데. 시간 참.


신이 난 민성이 뒤를 내가 쫓는다. 행여라도 자동차 근처에 갈까 전전긍긍이다. 시선은 아이에 꽂혀있고 허리는 아이를 쫓느라 구부정하다. 건너편에 민성이 친구와 그 엄마가 보인다. 우리와 그들은 데칼코마니다.


민성이 또래 아이 부모들과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 육아의 어려움과 행복을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가까이 있으면 서로 의지하며 삶도 더욱 풍성해질텐데. 다음 주엔 만남의 광장에서 조금 더 용기를 내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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