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07일째, 민성이 D+356
민성이가 다래끼가 났다. 그의 0세 인생 처음이다. 며칠 전 아이 분유를 먹이다가 오른쪽 눈꺼풀 가운데 붉은 혹이 보이길래, 뭐지 이게, 했는데 다래끼였다. 아니 이 조그만 눈에도 다래끼가 생기단 말이야?
12시가 되자마자 어린이집에 민성이를 데리러 갔더니 - 이번 주는 어린이집 적응기라 항상 이 시간에 데리고 왔다 - 선생님이 '아버님, 민성이가 다래끼 난 거 아셨어요?'라고 물었다. 참 오랜만이다, 선생님한테 혼나는 기분.
군산에 와선 민성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가본 적이 없다. 곧 아이 예방접종도, 검진도 해야 해서 한 번 가야지 생각만 했었는데, 어제(15일) 처음으로 소아과를 찾았다.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다.
의사 선생님은 민성이 눈을 살펴보더니 다래끼가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눈을 자주 비비냐고 물었다. 민성이는 종종 손으로 눈을 비빈다. 선생님은 안약과 항생제를 처방해주었다.
열에 일곱은 약을 먹으면 좋아진다고 했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했지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신나게 놀고, 곧바로 병원까지 다녀온 민성이는 돌아오는 길에 유모차에서 곤히 잠들었다.
인터넷에 다래끼를 검색해보니, 발병 원인 중에 '불결한 생활환경'이 눈에 띈다. 뜨끔했다. 주양육자인 내가 과연 아이를 불결하지 않게 키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위생에 있어선, 나는 민성이를 막(?) 키우고 있는 게 맞다. 민성이 옷도, 이불도 잘 갈지 않는 편이고, 아이 손도 꼭 씻겨야 할 때 말고는 잘 씻기지 않았다. 아내가 애를 볼 땐 하루에 6번도 넘게 손을 씻겼다고 했다.
민성이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다만 저렇게까지 씻고, 씻기고 해야 하나 싶었다. 예전엔 더한 환경에서도 아이를 키웠는데 다 잘 자랐잖아, 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러다 이 사달이 났다.
아내에게 '그러고 보니 난 다래끼가 난 적이 없는데'라고 하니 그녀는, '어머님은 오빠를 잘 씻겼나 보지'라고 응수했다. 민성아, 아빠가 잘못했다. 오늘부턴 손도 자주 씻고, 옷도 많이 갈아입자꾸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