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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ug 16. 2020

김 차장, 아내, 엄마의 야근

휴직 108일째, 민성이 D+357

'엄마, 제가 조금 피곤해서요. 잠깐 눈 좀 감고 있을게요. 자는 거 아니에요.' / 2020.08.15. 우리 차


이번 주 화요일이었나, 아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야근을 하고 온 뒤 작은 방에서 혼자 자고 나서, 다음날 곧바로 회사로 향했다. 민성이가 인사할 겨를도 없었다. 그녀가 출근한 뒤, 아이는 한참을 울었다.


군산에 내려온 지 한 달, 내가 애를 보기 힘들다고 징징거릴 때, 그녀 역시 회사에서 쫓기고 있었다. 아내가 복직한 지 이제 3개월 지났다. 업무에 익숙해지나 했더니, 이번엔 군산으로 발령이 났다.


아내가 헤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의 새 상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계속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아내는 당분간 야근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주, 그녀는 5일 중에 3일을 저녁 9시에 퇴근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야근을 한다. 기자인 나는 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일할 땐 야근이 기본값이었다. 어쩌다 운이 좋아야 야근을 안 했다. 직장인에겐 특별할 것 없는 야근이라도, 그녀에게는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아내는 김 차장이면서 민성이 엄마다. 그녀가 집에 늦게 들어온다는 건, 저녁에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일을 하는 아내가 평일에 민성이를 볼 수 있는 건 하루에 두 번뿐이다. 출근 전, 그리고 퇴근 후. 


민성이는 저녁 7시면 자기 때문에, 아내의 퇴근이 조금만 늦어도, 그녀가 하루에 민성이를 볼 수 있는 절반의 기회는 사라진다. 저렇게도 아이를 이뻐하는, '민성 바라기' 아내에겐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이번 주, 그녀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직장인으로서, 역할 갈등에 시달려야 했다. 불공평한 일이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성들이 남성보다 이런 상황에 더 많이 봉착하고,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내도 그랬다.  


주말인 어제(15일) 아내는 종일 아이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다. 한 번은 민성이를 꽉 껴안으며, 널 실컷 안아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아, 라고 했다. 민성이를 매일 안아줄 수 있는 내겐 당연한 일이, 그녀에겐 당연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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