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109일째, 민성이 D+358
아이를 낳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외식도 그중 하나다. 물론 아이가 있어도 외식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외식의 '즐거움'을 예전과 똑같이 누리기는 어렵다. 왜 그런지는, 아이를 낳아보면 알 수 있다.
민성이를 낳기 전, 결혼식에 가면 애엄마 애아빠들을 종종 마주했고, 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식사하는 모습에 늘 깊은 인상을 받았다. 가족의 식사 장면은 비슷했다. 비슷하게 정신이 없었다.
한 사람이 밥을 먹으면, 다른 한 사람은 애를 본다. 그리고 밥을 먹은 사람이 애를 보면, 애를 보던 사람은 그제야 밥을 먹는다. 아이는 쉴 새 없이 움직이거나 말을 한다. 떼를 쓰거나 고함을 치기도 한다.
아내와 나, 아이 셋만 단출하게 외식을 하는 경우는 그래도 낫다. 식사시간이 짧기 때문에, 아이를 앉혀놓고 과자만 몇 개 쥐어줘도 순탄히 흘러간다. 우리는 그렇게 몇 번 외식을 했다(아이와 첫 외식, 제 점수는요).
문제는 가족 단위 외식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혹은 다른 친척이나 지인과 함께 하는 외식은 식사가 길어지기 마련이다. 그 긴 식사가 끝날 때까지, 아이에게 계속 간식만 쥐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제(16일), 나는 아이와 함께 하는 외식이 왜 만만치 않은 건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어제 부모님과 큰아버지 내외, 사촌 형 부부, 그 아이들까지 다 함께 점심을 했다. 어른과 아이를 합쳐 열 명이 넘었다.
우리는 아내가 평일에 가봤다는, 아이 놀이방이 마련돼있는 식당에서 모였다. 당연히 민성이는 놀이방에 넣어놓으면 그만일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 0살짜리는 놀이방에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결국 한 사람은 아이 옆에 붙어있어야 했다. 다른 사람들 모두 음식과 대화를 즐길 때, 아내와 나는 번갈아가며 민성이를 지켰다. 밥을 먹으러 왔는데, 일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것도 집보다 훨씬 불편한 곳에서.
민성이가 조금 더 크면 나아질 것이다. 아이가 우리와 같은 음식을 먹고, 지금보다 더 제 몸을 가누게 되면, 그때는 우리 부부가 잃어버렸던 외식의 즐거움을 되찾게 될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가 온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