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88일째, 민성이 D+337
예고한 대로, 어제(26일) 우리는 부모님 집에서 짐을 뺐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가족이 1년 반 넘게 지낼 새 집으로 옮겨왔다(진짜 안녕, 103호). 민성이도 데리고 왔다. 어제가, 그의 첫 입성이었다.
새 집, 301호엔 서울에서 데리고 온 민성이의 친구들이 왕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성이 역시 그들을 반겼다. 아이는 물 만난 고기처럼 한참을 거실 매트 위에서 뒹굴었다.
민성이가 서울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동안, 아내와 나는 부지런히 집을 정리했다.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잘 풀어줬다고는 해도, 결국엔 서랍 하나하나 다시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 이사라는 게 그렇더라.
정리를 하다 보니, 사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수납함에서부터, 민성이 옷을 걸어놓기 위한 행거까지 필요한 물건이 꽤 있었다. 점심시간쯤, 우리 부부는 민성이를 데리고 집 근처 쇼핑몰에 가기로 했다.
쇼핑몰에 간 김에, 아내와 나는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민성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를 데리고 외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제 그곳에서의 점심이 민성이와의 첫 외식이었다.
실탄은 넉넉히 준비했다. 푸드 코트로 가는 길에, 민성이가 먹을 간식을 하나 샀다. 고구마나 양파 같은 걸 갈아 넣은 쌀과자다. 집에서 우리 부부가 밥 먹을 때 많이 써먹는 수법인데, 밖에서 시도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집에서 아내와 내가 밥을 먹어야 할 때, 우리는 아이에게 뻥튀기를 하나씩 쥐어준다. 민성이가 뻥튀기를 외곽에서부터 한 입씩 깨물 때, 우린 한 수저씩 밥을 뜬다. 뻥튀기가 우리 부부에겐 모래시계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작전은 성공했다. 한 가지 문제는, 민성이 간식으로 쥐어준 막대 모양 쌀과자가 너무 빨리 사라진다는 거였다. 민성이는 먹고 또 먹었다. 우린 밥을 먹기 위해, 아이 손에 쌀과자를 계속 리필해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선 나이가 우리와 비슷한, 그런데 아이는 둘인 부부가 밥을 먹고 있었다. 그들에게 모래시계는 스마트폰 동영상이었다. 사실 옆 테이블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 식당에, 애 있는 집은 거의 다 그랬다.
아내에게, 간식을 배 터지게 먹이는 것과 유튜브 둘 중에 뭐가 안 좋을까 속삭였더니 그녀가 웃었다. 첫 외식은 성공적이었다. 쌀과자를 많이 먹긴 했지만, 아이는 얌전했다. 이만하면, 100점 줘도 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