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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28. 2020

바쁘다 바빠

휴직 89일째, 민성이 D+338

'흐음, 뭐지, 혀 끝을 감싸고도는 이 달콤새큼한 맛은!' / 2020.07.25. 군산 부모님 집


어제(27일)는 온종일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일단 기상시간부터 빨랐다. 새벽 5시쯤, 민성이보다도 일찍 일어나 나갈 채비를 마쳤다. 어제는 옛 우리 집, 103호 매매 잔금을 받기로 한 날이었다(민성이의 첫 외박).


6시 조금 넘어 서울 가는 버스에 올랐다. 최근 며칠 동안 서울-군산을 몇 번이나 오갔는지 모르겠다. 휴게소 음식도 질리게 먹었다. 하지만 이제 당분간은 진짜 서울에 올 일이 없다. 이사도, 매매도 다 끝났다.


집을 사고파는 건, 30분이면 충분했다. 매수인이 잔금을 치르는 모습을 보고, 나이가 지긋하신 그의 아버지가 "요샌 참 편해졌어. 잔금도 저렇게 스마트폰으로 금방 보내고"라고 하자, 부동산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매수인 아버지와 부동산 사장님이 몇 마디 더 농을 주고받는 사이, 매매는 끝이 났다. 별 탈 없이 일이 진행돼 다행이었다. 서류 펑크도 안 났고. 우리는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부동산을 나오자마자 또다시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제일 빠른 차 시간이 12시, 군산에 도착하면 2시 반쯤 된다. 아내가 출근한 뒤 그 시간까지 민성이을 보고 있을 그의 할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급했다.


월요일 아침, 아내와 엄마는 각자의 일터로, 나는 서울로 향했다. 그럼 군산에 남은 사람은 민성이와 퇴직하신 아버지.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삿날에 이어, 아버지는 어제도 '라떼 그랜파'가 되었다. 


나온 김에 근처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까지 마치고 서둘러 집에 들어가니, 아버지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민성이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서는 그의 모습에선 아쉬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럴만한 것이, 오늘 오전에만 에어컨과 인터넷, 가스 기사 세 명이 연달아 집에 다녀갔는데, 아버지가 민성이를 보면서 그 기사들까지 상대했다. 아버지에게도, 안 피곤한 게 이상한 하루였을 테다.


집에 들어와서는 산더미 같이 쌓인 민성이 빨래를 돌리고, 주방에 안전 울타리를 설치했다. 아내는 집 잔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인터넷으로 필요한 걸 주문했다. 그래도 이제 조~금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어제 민성이 이유식을 먹이는데, 아이가 수저를 던지며 산만하게 밥을 먹었다. 근래 환경이 계속 바뀌고, 나도 들락날락해서 그런가 싶어 마음이 안 좋았다. 이번 주엔 차분히 민성이를 보살피는데 집중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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