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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29. 2020

민성이 방에서 민성이 재우기

휴직 90일째, 민성이 D+339

할아버지로부터 포도를 받아먹는 아기새 강민성 어린이. 이것이 말로만 듣던 소황제인가. / 2020.07.27. 군산 부모님 집


이사 나흘 째, 집이 꽤 깔끔해졌다. 물건들을 제 위치에 가져다 놓고, 필요했던, 그래서 주문했던 물품들도 하나둘 도착하니, 조금씩 집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어제(28일)는 드디어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안방엔 서울 집에서 가져온 암막 커튼을 그대로 걸었고, 그 외 나머지, 거실과 안방 드레스룸, 작은 방 두 곳에 모두 블라인드를 달았다.


블라인드를 특히 기다렸던 이유는, 민성이 침실 때문이었다. 아내와 나는 - 사실 주로 내가 - 군산 집부터는 민성이를 아예 다른 방에 재우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사흘간은 그럴 수 없었다. 방이 너무 밝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리 부부는 - 이것 역시 주로 내가 - 민성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다른 방에 재우자고 얘기했었다. 서울 집에선 방이 두 개뿐이라 한계가 있었지만, 군산 집은 방이 세 개다. 때가 됐다. 


민성이는 서울에서도 사실상 분리수면을 했다. 9개월쯤부터 그랬던 것 같다(아빠가 없으니 잠만 잘 자더라). 낮이건 밤이건, 아이는 애착인형을 껴안고 혼자 잤다. 다만, 아이가 자는 곳이 우리 부부 침실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민성이는 다른 방에서 자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고, 내 생각은 적중했다. 어쩌다 한 번, 자다 깨 울기는 했지만, 이내 다시 잠들었다. 심지어 오늘(29일) 아침엔 평소보다 더 늦게 일어났다.


돌이켜보면, 아내와 미리 육아서적을 읽고, 조리원에서 나오자마자 수면교육을 한 게 유효했던 것 같다. 우리는 민성이가 신생아 때부터 저녁 6시만 되면 불을 껐다. 손님이 와도 그렇게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게 한다.


신생아 때부터 민성이를 봐 온 아내가 일찍이 틀을 잡았다. 나는 아빠 특유의 과감함과 안 섬세함(?)으로 민성이를 혼자 재웠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당사자인 민성이가 잘 따라와 준 게 제일 컸다. 아이에게 고맙다.


수면은 하루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난 아이의 생활 못지않게 부모의, 부부의 생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행복해야, 민성이도 더 잘 돌볼 수 있다. 내가 아이의 분리수면을 고집하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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